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되면서 한국의 대북정책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진단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하향)’ 방식의 외교 정책 대신 실무협상을 앞세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또 선(先) 비핵화를 내세우며 제재를 유지하고 북미 간 직접 담판을 짓는 ‘딜(거래)’ 방식은 배제할 공산도 크다. 게다가 대북 기조의 구체적 윤곽조차 문재인 정부 말기인 내년 하반기에나 드러날 공산이 커 우리 정부는 당장 새 미국 행정부를 협상판으로 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6일 대다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대북 정책에 관해서는 선(先) 비핵화 기조를 명확히 한 채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보텀업’ 방식을 선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그간 진행해온 북미 간 가교역할의 상당 부분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북한을 활용한 ‘깜짝 쇼맨십’을 즐겼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의 방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 하나로 모든 것이 움직이는 북한 체제와는 엇박자를 낼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더욱이 바이든 정부가 외교·안보 라인을 완전히 구축하는 데 최소 6개월가량이 걸리는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미중 갈등 국면 속에서 북한 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외교·안보 라인 구축과 더불어 새로운 대북 정책 수립 이후 북한 고위급과 접촉할 수 있는 시기는 일러야 내년 하반기일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한국은 현 정부 임기가 1년 6개월 밖에 남지 않아 미국 행정부가 대북 접촉에 나설 즈음이면 한국은 차기 대선 국면에 돌입하게 된다. 북미 대화 재개는 물론 국제제재 속에서 작은 교류라도 추진해보려는 우리 정부의 시계와는 시간이 달리 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부 외교·안보 라인을 미국 민주당계에 맞춰 상당폭 교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바이든 후보는 북한 비핵화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복안을 소개한 적이 없다. 그는 지난달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김정은이 핵 능력 축소에 동의할 경우 그들을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도 김 위원장을 ‘폭력배’로 지칭하며 비난했다. 한반도 문제가 가장 시급한 우리와 달리 대북 정책은 시간을 두고 방향을 정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바이든 캠프에는 대외안보 전문가만 2,000여명이 있고 워킹그룹이 20개가 도는 등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 북한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에 북한이 강력 도발이라도 한다면 대북정책팀은 강경파가 중심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