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식품규격위원회인 코덱스(CODEX)는 식품의 국제교역 촉진과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기구다. 국가 간 식품교역 중 분쟁이 생길 수 있어 해결 기준으로 지침이 되는 식품규격도 제정하고 있다.
한국의 맛과 건강을 대표하는 김치와 인삼 제품은 지난 2001년과 2015년 각각 세계규격으로 인정받았고 고추장은 아시아 지역 규격을 획득했다. 그 결과 고추장 수출액은 2010년 1,700만달러에서 2019년 3,800만달러로 증가했고 수출국은 66개국에서 106개국으로 늘었다.
고추장의 국제적 위상을 한 층 높이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식품연구원은 ‘Gochujang’을 국제사회에 새롭게 알리며 교역 중 분쟁 해결을 전 세계로 확대한다는 목표로 2017년 코덱스 집행이사회에 세계규격 전환을 제안했다.
코덱스 세계규격 전환과정의 가장 큰 숙제는 고추장의 세계화였다. 최근 늘어난 고추장 수출액과 수출국 확대는 ‘비빔밥’ 등의 인기에 따른 측면이 컸다. 고추장의 인지도는 ‘칠리소스’나 ‘핫소스’와 비교해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고추장을 전통 발효식품인 장류로 받아들이지만 서양인은 맛과 풍미를 높이는 데 사용하는 소스류로 인식하는 차이도 있다.
고추장 제조업체나 음식 전문가들과 협의 과정에서 고추장 세계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점성과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쿰쿰한 맛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를 해소하려 이번 세계규격에는 튜브 포장 또는 한 손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수분 규격을 낮췄다. 또 쿰쿰한 맛과 향을 줄이기 위해 조단백질 기준을 완화하는 동시에 식초와 양념 채소류 등 부원료 사용을 강조해 소스류 특성을 부각했다. 그 결과 10월 제43차 총회에서 고추장은 세계규격으로 최종 승인을 받았다.
고추장 세계화의 본질은 맛과 품질 모두에서 세계인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데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창립 이래 코덱스 기준규격 설정뿐 아니라 전통 고추장의 발효 균주 개발, 제품 선호도 및 특성 연구, 매운맛 등급 표준화 등 세계인의 기호성 향상 연구에 주력해왔다. 고유의 독특한 향미 및 기능성 성분 확립, 항당뇨 및 항비만 효과 연구 등 우수한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며 품질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왔다. 한국의 맛에 대한 기반연구 확대는 코덱스 세계규격 채택과 더불어 고추장의 세계화를 앞당기는 견인차가 될 것이다.
코덱스 세계규격 제정을 계기로 세계인의 식탁 위에 고추장이 항상 비치돼 사용되는 보편적 소스로 일상에서 자리를 잡게 된다면 경제적 효과는 수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다. 고추장이 ‘칠리소스’와 같이 세계인이 누구나 믿고 사랑하는 식품으로 대접받는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