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특별검사인 일명 ‘드루킹 특검’이 수사한 김경수(사진) 경남지사의 댓글 여론조작 사건은 6일 항소심에서도 실형 선고로 일단락됐다. 이 사건은 최초 수사 의뢰자가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 사건은 더불어민주당이 2018년 1월 인터넷 포털의 인터넷 기사 댓글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면서 처음 세간에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과 관련된 기사 댓글에 대한 공감 수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미애 현 법무부장관이었다.
그런데 경찰이 수사를 통해 공감 수를 조작한 일당 3명을 붙잡고 보니 이 가운데 2명이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었다. 특히 이 중 1명인 ‘드루킹’ 김동원씨는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던 김 지사와 연락을 주고받은 관계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정부 비판 댓글을 수사하려던 사건이 김 지사를 향하자 야권에서는 특검 출범을 주장했고, 같은 해 6월 7일 특검이 임명됐다. 그러나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6월 13일 김 지사가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특검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드루킹 일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않게 노 전 의원에게 불법자금이 전달된 정황을 포착돼 수사망을 좁히면서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사건도 벌어졌다.
특검은 수사에 착수한 지 1개월이 넘게 흐른 8월 6일에야 김 지사를 소환했고, 이후 1차례 추가 소환조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특검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수사 기간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역대 특검 가운데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첫 사례다.
특검은 수사 기간 만료 하루 전날인 2018년 8월 24일 김 지사를 드루킹의 댓글 조작에 공모하고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당시 허익범 특검의 수사를 놓고 무력하게 끝냈다는 부정적 평가와 어려운 환경에서도 현 정권 실세를 기소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엇갈렸다.
재판에서도 사건 흐름은 수시로 뒤바뀌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 30일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현직 도지사 신분임에도 법정에서 구속해 충격을 안겼다. 여당에서는 1심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측근이라며 ‘보복성 판결’이라고 날을 세웠다. 성 부장판사는 이후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고, 이번에는 거꾸로 김 지사 판결에 따른 보복으로 기소됐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논란이 과열되자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차문호 부장판사는 “법정 밖의 비난과 예단은 피고인의 무죄를 예단하거나 엄벌하라는 압박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모든 증거조사를 마치고 올해 1월 판결을 선고하려다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변론을 재개했다. 그러면서 이례적으로 1심의 핵심 유죄 근거인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가 사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예비적 판단을 공개했다.
이후 추가 심리에 시간이 소요되고 법원 정기인사가 겹치면서 재판장이 함상훈 부장판사로 변경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지사 측은 킹크랩 시연회가 있었다는 재판부 판단을 뒤집기 위해 구글 타임라인 기록을 비롯한 추가 증거를 법원에 제출했다. 고심을 거듭한 2심 재판부는 5일 댓글을 이용한 여론조작 혐의를 유죄로 결론짓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1심에서 유죄로 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로 판단했다. 김 지사는 법정에서 구속되지는 않았다. 마지막 대법원 판단이 남았지만 1심에 이은 2심에서의 유죄 선고로 김 지사는 정치 인생에서 큰 위기를 맞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