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빨간사춘기는 항상 공감되는 음악을 한다. 설렘 가득한 사랑부터 현실에 지친 모습까지, 우리 모두 지나왔거나 지나가게 될 청춘을 이야기한다. 조금씩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음악적 변주를 주지만 ‘공감’을 추구한다는 점은 변함없다. 이해받는 것 같아 저절로 위로가 되는 친구같은 음악이다.
볼빨간사춘기(안지영)는 5일 싱글 앨범 ‘필름릿(Filmlet)’으로 컴백했다. 앨범의 메시지는 삶이 단편영화라면 당신은 그 영화 속 주인공이고, 그래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는 것. 전혀 다른 분위기의 타이틀곡 ‘댄싱 카툰(Dancing Cartoon)’과 수록곡 ‘빨간 립스틱’은 자기 삶의 주인공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앨범이 특별한 것은 파격적인 콘셉트 변화 덕분이다. 타이틀곡은 기존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지금껏 스탠드 마이크 앞에서 노래만 부르던 안지영이 댄서들과 함께 춤을 추는 파격적인 변신이 눈에 띈다.
더 큰 파격은 수록곡에서 두드러진다. ‘빨간 립스틱’은 수록곡이지만 이례적으로 뮤직비디오를 함께 공개했는데, 그 안에서 빨간 슈트를 입고 시크한 눈빛을 한 안지영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낯설다. 자신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단호하게 “이건 내 문제야. 정답은 내게 있어”라고 말하는 모습은 수줍던 소녀와는 사뭇 다르다. 기타 위주 진행에서 벗어나 브라스 섹션과 트럼펫 솔로 라인 등 이전에 듣지 못했던 사운드로 편곡의 변화를 준 것도 한몫한다.
그럼에도 음악에 묻어있는 공감력은 여전하다. 볼빨간사춘기가 전하는 메시지는 언제나 솔직하다. 자작곡으로 앨범을 채우는 볼빨간사춘기의 음악은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독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대표곡인 ‘썸 탈거야’처럼 사랑 앞에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노래한 곡은 마치 내가 사랑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그대로 문자화한 것 같다. ‘댄싱 카툰’ 역시 짝사랑을 하면서 고백하고 차이기를 반복하는 주인공의 솔직한 마음을 귀엽게 표현해내 눈길을 끈다.
위로 능력도 뛰어나다. 한때 비슷한 스타일의 곡으로 자가복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2017년 9월 발표한 앨범 ‘레드 다이어리 페이지 1(Red Diary Page.1)’의 ‘나의 사춘기에게’는 새로운 강점을 만들어냈다. 성장통에 아파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솔직한 가사는 음악만으로도 듣는 이들의 공감을 일으켰고, 위로받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후에도 ‘여행’ ‘워커홀릭’ 등의 곡으로 일상에 지친 청춘들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많은 공감을 샀다. 이번에는 ‘빨간 립스틱’으로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스스로 자존감을 깎는 이들에게 주변 눈치를 보지 말고 자신만의 색으로 당당하게 살라는 메시지를 담아 위로를 전했다.
팬들은 이번에도 볼빨간사춘기의 메시지에 공감했다. 발매 이후 타이틀곡 ‘댄싱 카툰’은 각종 음악 사이트 1위를 석권했고, 수록곡 역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볼빨간사춘기는 앞으로도 자신만의 강점은 살리면서 조금씩 스타일에 변화를 줄 전망이다. 항상 자작곡으로 앨범을 채워왔기 때문에 듀오에서 솔로로 홀로서기를 한 뒤에도 음악적 감성이 크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이번 앨범같이 색다른 모습을 기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