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코 앞 다가온 '부동산 빅브러더'…집 사고팔면 금융정보 넘어가나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 제정안 국회 발의

수상한 거래 땐 금융·과세 정보 열람

자유 거래 위축 우려…기본권 침해 지적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나선 정부가 금융·과세 정보 등을 쥔 초강력 부동산 감독기관의 윤곽을 공개했다. 부동산 거래만으로 자칫 각종 민감 정보가 정부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장에서는 자유로운 부동산 거래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필요한 정보만 최소한도로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시장에서는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판 ‘빅브러더’의 현실화를 대비해야 한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윤곽 드러난 부동산거래분석원>


정부는 초강력 부동산 감시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을 위해 새로운 법령을 마련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의원 입법 형태로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6일 국회에 발의했다. 정부와의 협의는 모두 마친 만큼, 국회 문턱만 넘으면 이르면 내년 초에는 실제 가동이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160석을 넘는 과반 여당이 국회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초강력 권한을 오롯이 가진 채로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출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제정안을 대표발의한 진 의원은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는 각종 불공정행위와 시장 교란행위를 근절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며 “부동산 시장의 불법행위 대응을 위한 컨트롤 타워로서 부동산거래분석원을 국토교통부 소속 기관으로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정안은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설립 근거 마련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관련 업종의 등록·신고제 운영 △부동산 교란행위 금지 행위 규정 △조사를 위한 각종 정보요청 권한 강화 등을 담았다.

이낙연(가운데) 민주당 대표, 김태년(오른쪽) 원내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이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당정청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낙연(가운데) 민주당 대표, 김태년(오른쪽) 원내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이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당정청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분석원 권한 중 핵심은 부동산 교란행위 조사를 위한 민감한 금융·조세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제정안은 부동산 불법행위의 조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계기관으로부터 각종 수사 관련 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부동산거래분석원장은 신고 내용 조사를 위해 사업자등록정보와 함께 조사 대상자의 과세 정보 등 정보를 관계 행정기관장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금융회사에 금융거래정보 및 신용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수사 관련 정보 등은 관계부처·기관에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자칫 부동산 거래 한 건 만으로 온갖 과거 행적이 ‘탈탈’ 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제정안은 이와 함께 시세조작행위, 허위정보유포행위, 부당 표시·광고행위, 미공개 개발정보 이용행위 등을 금지하도록 하고 처벌 조항을 마련했다. 관련 업종 등록·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금지 행위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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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 위축 부작용 우려…“기본권 침해” 지적도>

시장에서는 개인 간 자유 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감독기구가 만들어지는 것이 부작용을 더욱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거래를 감시한다면서도 각종 금융·과세 정보를 획득해 조사를 진행하고, 여기서 나온 수사 정보를 또 다시 관계기관에 넘길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사정기관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온다. ‘위법 의심사항’에 한해 정보를 확인한다지만 그 기준 또한 자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언제, 어떻게 걸릴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정인국 한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개인정보를 들여다보는 기준이 되는 의심거래와 관련해 어느 수준까지 적용할지 불분명하다”며 “과잉 정보열람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지나친 시장 관리 감독으로 인해 거래 위축 등 부작용도 상당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정부의 시장 감독이 강해지면 수요와 공급으로 이뤄지는 시장 메커니즘이 무너질 수 있다”며 “거래 위축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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