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 '지유·인권·동맹' 다시 세울 바이든 승리

홍관희 전 고려대 교수

美, 국제사회 리더로 복귀 눈앞

북·중·러 압박기조도 강화될 듯

혈맹 강조 바이든 집권은 호기

쿼드 동참 등 동맹 굳건히 해야

홍관희 전 고려대 교수홍관희 전 고려대 교수



반전을 거듭한 끝에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수용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과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현지 사법당국이 트럼프의 요구를 기각했고 설사 연방대법원에 가더라도 증거불충분으로 승소를 기약할 수 없다. 트럼프가 선거 불복 회견을 강행하자 이를 역겨워한 언론사가 중계방송을 중단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그동안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트럼프는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 추구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의 국정수행 족적을 보면, 청교도 건국 조상들에 의해 확립된 자유·인권 가치와 법의 지배 원칙을 무시하기 일쑤였고 빈번한 인종차별 발언과 끊임없는 식언(食言)으로 미국을 ‘하나의 미국, 두 개의 국민(미 외교협회장)’으로 상징되는 분열과 불신의 어두운 시기로 후퇴시켰다는 평가다.

급기야 미국 분열이 남북전쟁 이래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개탄이 나온다. 피상적으로는 경제 살리기냐 아니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냐가 이번 선거의 쟁점인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양 진영이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몰아내자’와 ‘바이든의 사회주의화를 막자’ 같은 과격하고 과장된 프레임으로 생사를 걸고 싸웠다. 미국 분열이 한국에 던지는 함의는 깊고 크다. 문재인 정부의 ‘연성 레닌주의’와 민족자주 프레임에 입각한 ‘편 가르기’, 법치 무시가 오늘날 우리 사회의 극심한 분열과 적대를 초래한 근본요인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극적 승리 이후 미국이 혼돈을 극복하고 재통합의 길로 나설 수 있을까. 바이든 당선인은 승리를 확신하며 행한 연설에서 “대통령직은 정파적 직제가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라며 “앞으로 승패를 초월해 피아간 적대를 벗어나 상처를 치유해 합중국의 단결을 이룩하자”고 호소했다. 트럼프를 지칭한 듯 누구도 민주주의를 국민으로부터 강탈해갈 수 없다고 역설했다.

관련기사



바이든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공언함으로써 미국이 국제사회의 지도적 위치로 복귀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대중·대러 견제정책이 큰 틀에서 유지되는 가운데 대북 압박 강화가 예상된다. 선(先)비핵화 원칙이 재확립되고 트럼프식 리얼리티쇼 톱다운 방식보다는 실효적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상향식 대북협상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유세 중 바이든은 트럼프를 향해 “깡패(김정은)의 친구”라며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한국 언론에 보낸 기고문에서는 ‘미군 철수로 한국을 협박·갈취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한미동맹이 가치 공유 혈맹임을 강조했다. 한국 보수층 일각에서는 지난 2017년 트럼프의 대북 호전적 발언에 근거해 그가 북한 레짐 체인지를 실현할 인물로 기대했으나, 도덕적 신념이 결여된 지도자가 전쟁에 버금가는 중대 결단을 내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트럼프 한반도 전략의 최대 과오는 3회의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못했으면서 김정은을 세계 무대에 등장시켜 폭정을 정당화한 점이다. 2018년 싱가포르회담에서 한미훈련을 ‘전쟁게임’으로 규정한 김정은의 주장을 받아들여 훈련을 전격 중단한 것은 한반도 정세 인식 부족을 드러낸 치명적 실책이었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불감청고소원’의 태도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지금껏 훈련 중단 사태가 이어짐으로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 측에 “한미 군사동맹이 풀뿌리 단계에서부터 작동하지 않는다”는 항의성 경고를 발하기에 이르렀다.

미 대선 이후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핵심 외교·안보 과제는 미중 쟁투 속에서 대외전략의 방향을 정립하는 일이다. 중국은 위계질서(hierarchy) 세계관을 갖고 있어 주권평등과 상호존중 인식이 부족하다. 한미동맹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종국에 가서 예속당할 위험이 있다. 한반도 중립화론·균형추론 등 국제질서의 냉혹함을 모르는 아마추어 공리공론을 경계하며 동맹 강화에 나서야 한다. 방위비 문제의 전향적 합의, 준비되지 않은 전작권 전환의 유예, 한미군사훈련 재개, 쿼드(Quad) 가담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