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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물가 상승 기대감 높다"…주목받는 물가연동債

美 물가채ETF 한달새 7.7억弗 유입

바이든 당선 재정·통화정책 공조 기대

추가 부양책으로 1분기 모멘텀 커져

"국내보다 美물가채 더 낫다" 조언도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에 물가 상승률에 따라 원금과 이자가 달라지는 물가연동국채가 최근 투자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내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기저효과’에 따라 내년 글로벌 경제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미국이 대통령 선거 이후 완화적인 재정·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TIPS 본드(TIP)’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최근 한 달 7억7,867만달러(약 8,732억원)가 순유입됐다. TIP은 미국 물가채(TIPS)에 투자하는 ETF로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한다. 같은 기간 4억5,077만달러(약 5,055억원)가 들어온 ‘슈왑 US TIPS(SCHP)’ 등 다른 미국 물가채 ETF에도 자금 유입세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물가채 ETF에 자금이 들어오는 것은 글로벌 물가 반등 기대감 때문이다. 원금·이자가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물가채는 인플레이션에 베팅하는 상품으로 통한다. 다른 국채와 달리 금리 상승에 그대로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금리는 기대 물가상승률에 따라 오르기 때문이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8월 이후 글로벌 시장금리가 대체로 상승하고 있다”며 “중요한 점은 기대 물가상승률 또한 오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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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물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에서 이 같은 경향이 잘 나타난다. BEI는 국고채 10년물 금리(시장 금리)에 물가채 10년물 금리를 차감한 수치로 높을수록 물가상승 기대감이 크다는 의미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10년물 BEI는 지난 6일(현지시각) 기준 1.65%다. 지난 9월 초 1.8%에 비해서는 다소 감소했지만 코로나19 충격으로 0.5%를 기록했던 지난 3월에 비해서는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물가 모멘텀이 내년 1·4분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1·4분기 코로나19 확산 충격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세를 보였던 만큼 내년도 초부터 경기·물가 기저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정·통화정책 공조도 물가채 강세를 뒷받침하는 요소다.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약속했던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됐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해 연 단위 물가상승률이 2%를 초과해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잇겠다는 신호를 준 상황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실물에 직접 돈을 투하한다는 점 때문에 미국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책이 연준 주도 부양책보다 더 강력하게 물가 모멘텀을 자극할 수 있다”며 “큰 그림에서 보면 연준이 AIT 도입을 통해 물가상승률을 2% 위로 끌어올리겠다는 신호를 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한국 물가채보다는 미국 물가채 투자가 더 낫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내 물가채의 거래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 6일 기준 국내 물가채 10년물 거래대금은 약 20억원으로 전체 국채 거래대금의 0.02%에 불과했다. 또 국내 금리 상승세에 비해 물가상승률이 더딜 수도 있다는 전망도 한국 물가채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소다. 강 팀장은 “간단하게 따졌을 때 내년 미국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연 1.7%인데 한국은 연 1.0% 수준”이라며 “미국 물가채에 대해선 ‘물가에 한번 베팅해보자’고 생각해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금리 상승이 더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깔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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