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폭락했던 코스피지수가 줄곧 오르더니 8월 이후 등락을 반복하는 형국이다. 투자에 있어서 예측은 틀리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비용은 노력한 만큼 준다. 이런 시기에는 섣부른 예측을 하기보다 투자 비용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좋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초 워런 버핏은 헤지펀드 운용사인 프로테제파트너스와 흥미로운 내기를 벌였다. 버핏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인덱스펀드에, 프로테제는 헤지펀드에 걸었으며 10년 뒤 수익률을 따져 승자를 가리자는 것이다. 버핏은 인덱스펀드의 승리를 확신하는 중요한 이유로 낮은 비용을 들었다.
금융상품은 매매가 잦고 운용에 노력이 많이 들수록 비용이 높아진다. 주식형펀드가 채권형펀드에 비해 보수가 높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공채펀드가 평가액의 0.4%가량을 각종 보수로 떼는 데 비해 주식형펀드는 1.5%가량을 뗀다. 해외주식형펀드는 보수가 2%에 이르기도 한다. 현재 1년 만기 예금 이율이 0.9% 수준임을 감안하면 비용 차이가 결코 작지 않다. 동일한 투자라면 비용이 적은 편이 당연히 좋다. 펀드를 2년 이상 보유한다면 A형이 C형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해외펀드 가입 시 원화 약세를 예상한다면 환 헤지형을 선택할 수 있으나 딱히 환 변동의 방향성이 없다고 본다면 환 노출형을 가입하는 것이 쓸데없는 비용을 줄인다.
주식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해 지수 변동 폭의 두 배만큼 손익이 발생하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레버리지 ETF는 보수가 높은 편임을 알아야 한다. 한 증권사의 ETF 보수를 보면 인덱스는 0.15%인데 반해 레버리지는 0.64%로 4배 이상 높다. 지수가 단기간에 기대치에 이르면 좋겠으나 예상외로 투자 기간이 길어지면 고비용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인버스나 레버리지 같은 파생상품 ETF는 단기간에 제한적으로 활용하라는 조언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수수료나 보수 외에 숨은 비용도 많다. 보증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ELS(주가연계증권) 중에는 기초자산이 폭락해도 만기에 원금을 지급한다는 상품이 있다. 그러나 원금보장의 반대급부는 기초자산이 올라도 수익의 70%만 지급한다는 점이다. 수익이 났을 때 원금보장 비용을 청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최저 이율을 보증하는 저축도 마찬가지다. 이율이 오르면 오른 이율을 적용하고 반대로 이율이 아무리 떨어져도 최저 이율은 보증한다는 설명은 달콤하다. 하지만 이 조건 뒤에는 비용이 숨어 있다.
내기는 2017년 말 워런 버핏의 승리로 끝났다. 인덱스펀드는 연평균 7.1%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려 헤지펀드의 2.2%를 압도했다. 인덱스펀드의 낮은 비용이 승리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