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매도세가 심상치 않다. 올 연말 국내 증시의 주요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히던 미국 대선이 마무리됐지만 개인투자자는 이달 코스피에서만 4조원 넘게 ‘팔자’에 나섰다. 코스피가 2,400선을 뚫고 반등하면서 차익실현 매물과 함께 연말로 다가올수록 주식 양도소득세에 따른 매물과 함께 증시 변동성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6거래일 연속 매도에 나선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175억원 규모를 팔았다. 개인 매수세는 지난달 1조2,700억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월별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처음으로 매도 우위를 기록하며 매수 열기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연말 대주주 지정을 앞두고 매물이 대거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리 차익실현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달 말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자 코스피가 2,200선까지 출렁이는 등 변동성을 키운 것과 빅히트 등 개인투자자가 몰린 IPO(기업공개) 종목이 급락한 것도 차익실현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 해소에 시장이 반등하고, 지난주 무산된 대주주 요건 강화가 연말 대주주 매물 출회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해 4·4분기 개인 투자 심리가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가도 당분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대선은 끝났지만 코로나19 등 여전히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확실성 요인들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교보증권은 향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지역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급등 여부와 경기부양책 합의 여부, 백신 개발 등을 꼽았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해당 이슈는 모두 기업실적 회복 시나리오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추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피지수는 개인투자자들의 매도세에도 이달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해 코로나19 이후 코스피 반등을 주도해온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영향력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주 국내 증시에서는 지난 2015년 이후 최대인 1조9,700억원 규모의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외국인 주도 장세가 펼쳐졌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밸류에이션이 높은 상황으로 악재가 발생하면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당분간은 외국인의 수급이 집중되는 일부 테마성 종목과 업종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