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월세로 전가된 세금폭탄, 시장의 역습이다

전세난이 월세대란으로 번지면서 부동산시장의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KB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01.6으로 나타났다. 57개월 만에 월세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수도권의 월세지수도 100.9로 사상 최대치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도 2019년 7월을 기점으로 15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달 100.3을 찍었다. 서울 강남 등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는 월세 200만~300만원을 호가하는 곳이 늘었는데 이마저도 구하지 못해 난리다. 월세난은 전세품귀와 맞물려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 KB리브온의 10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도 역대 최고치인 191.1로 나타났다. 전세 수요에 비해 공급이 극도로 모자란다는 뜻이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부동산 지옥’을 야기한 주된 원인은 새 임대차법과 세금폭탄이다. 임차인의 계약갱신권을 강화하자 직접 살겠다는 집주인이 늘었고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로 민간 공급은 쪼그라들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재산세 등이 오르자 전월세 인상으로 옮겨붙었다. 세금폭탄이 전월세로 전가되는 전형적인 ‘시장의 역습’이다. 더구나 2030년까지 공시가격을 90%로 올려 재산세가 급등하면 집주인은 세금을 감당하기 위해 전월세 인상에 나설 게 뻔하다. 저소득가구의 36.7%(2019년 기준)가 월세살이를 하는 상황에서 급격한 월세 인상은 사회불안 요인이 된다.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면 다른 소비가 감소하고 경제가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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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월세 세액공제 확대 등 다각적인 대안 마련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정책전환 없이는 시장의 역습을 피하기 어렵다. 규제 일변도로 치달았던 지난 23번의 부동산 대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조만간 발표할 대책만큼은 수요가 많은 곳에 공급을 충분히 하면서 시장을 정상궤도로 돌려놓는 근본 처방을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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