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정부 믿고 개발했는데...'친환경 집어등' 설 자리 없다

5년간 개발비 7억 쏟은 오앤정라이팅

정부 보급 뒷짐에 폐업위기 내몰려

사업신청 기간도 조업 기간과 겹쳐

변경 요청에도 해수부는 묵묵부답

LED 집어등이 설치된 한 어선./사진제공=오앤정라이팅LED 집어등이 설치된 한 어선./사진제공=오앤정라이팅




LED 집어등이 설치된 한 어선. / 사진제공=오앤정라이팅LED 집어등이 설치된 한 어선. / 사진제공=오앤정라이팅


정부 정책을 믿고 수년간 친환경 발광다이오드(LED) ‘집어등(야간에 오징어 등의 어류가 몰려들 게 배에 켜는 등불)’ 개발에 매달려 온 국내 중소기업이 폐업위기에 몰렸다. 기존의 메탈 집어등과 달리 과열에 따른 선박 안전사고나 환경오염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인 LED 집어등 개발에 성공했지만 막상 정부가 적극적인 보급에 나서지 않다 보니 생긴 일이다.

10일 해양수산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LED 집어등 제조업체인 오앤정라이팅은 친환경 LED 집어등을 개발했지만 사실상 판로가 꽉 막혔다.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절감장비 보급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어민들의 조업 현실과 전혀 맞지 않은 일정을 고집하는 바람에 사업신청 어민이 거의 없어서다.

정부는 기존 메탈 집어등은 과열로 인한 어민 안전사고와 환경오염, 유류비 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친환경 LED집어등 보급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어민을 대상으로 사업신청을 받는 기간을 매년 1~2월로만 한정해 조업시기가 겹치는 어민들이 제때 사업신청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금조 오앤정라이팅 대표는 “어민들은 매년 3월까지 오징어나 갈치 조업에 매달려야 해 1~2월에 신청을 끝내라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한참 조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가 신청할 엄두를 내겠느냐”고 반문했다. 업체와 어선주협회 등이 최근 두 차례 정부에 에너지 절감장비 보급사업 방식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서를 보냈지만 뚜렷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현실적인 사업신청 기간뿐만 아니라 정부 예산 집행에도 1년씩이나 걸려 어민들이 초기에 목돈을 넣어야 하다 보니 친환경 제품 교체 신청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제품 교체 때는 정부가 국고보조 30%, 지방비 30%로 지원하기 때문에 어민 부담은 40%에 그친다”며 “하지만 국고보조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 한꺼번에 목돈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어민들이 집어등 교체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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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친환경을 강조하지만 LED 집어등 교체 등의 사업에는 연간 예산이 48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항구별로 평균 예산은 500만~800만원 수준이다. 집어등 교체에 1억~2억원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부족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정책만 믿고 LED 집어등 개발에 전념해 온 오앤정라이팅만 피해를 보게 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출도 저조한 데다 올해 집어등 교체 건수가 한 건도 없어 그동안 투입한 연구개발(R&D) 비용 회수는 커녕 폐업까지 고려해야 하는 최악 처지에 놓였다. 오앤정라이팅은 정부 지원도 없이 5년간 7억 원을 들여 LED 집어등 개발에 성공했지만, 정부의 뒷짐에 작년과 올해 정부 사업 수주가 전무한 실정이다. 오앤정라이팅 뿐만 아니라 정부에 등록된 LED 집어등 생산업체 10여곳 모두 경영 상황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수부 관계자는 “과거 LED 집어등 교체 사업이 지자체에서 부실하게 이뤄져 정부가 연초 수요조사, 예산 집행 등을 관리하고 있다”며 “지침상 매년 1~2월 (교체사업) 신청을 받고는 있지만 추가 수요가 발생하면 별도로 지원 공고를 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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