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금리 1%p 더 줄게"...사채 만기 늘리는 기업들

무림P&P 만기 늘려 150억원 조달...금리 1%포인트 상승

사모채 발행 전년比 2배 늘어...발행사 30%가 만기 연장

내년 금융시장 변동성↑"수요 있을 때 선제조달" 움직임




무림P&P는 지난 6일 200억원어치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차환용 물량(50억원)을 빼고는 모두 4년물이었다. 발행금리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평균 금리) 보다 약 1%포인트 높았지만 장기물 수요가 있을 때 미리 현금을 쌓아 놓기 위해 결정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4·4분기 들어 사모사채 시장을 찾아 만기가 3년을 초과하는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총 12곳에 이른다. 지난해 2곳에 비해 크게 늘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차·3차 팬데믹(대유행) 국면에 접어들면서 금리를 더 주고서라도 미리 장기채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를 약 50~100bp(1bp=0.01%포인트) 더 얹어주더라도 사채 만기를 최대한 늘리며 재무안정성 확보에 고삐를 조이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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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KCC, 호텔롯데, 현대제철, 아이에스동서, 이지홀딩스 등은 최근 사모사채를 발행해 단기차입금을 상환하거나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이렇다 보니 4·4분기 들어 사모채를 발행한 기업은 41곳으로 지난해(22곳)보다 두 배 가량 많다. 이 가운데 만기가 3년을 초과하는 사모채는 12건. 지난해 2건보다 급증했다. 물론 발행금리는 더 높아졌다. 신용도가 ‘A-’인 무림P&P의 자기등급민평금리는 2.81%지만 이번 사모채를 3.85% 금리로 발행했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등 정부의 지원 대상이 3년 만기 사채로 한정되면서 공모채 시장에서는 장기물 발행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공모채 시장에서 3년물 이상 발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4년물을 매수하겠다는 수요가 있을 때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실적이 크게 감소한 호텔롯데도 마찬가지다. 호텔롯데가 이달 3일 발행한 4년물 사모채 금리는 2.5%로 자기등급민평금리 1.53% 대비 1%포인트가량 높았다. 같은날 발행한 10년물도 40bp 이상 차이가 났다. 코로나19 여파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이자비용을 더 지불하고서라도 향후 차환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포석이다.

연체율 상승 우려로 자금조달이 어렵던 A급 여전사(여신전문금융회사)들도 잇따라 장기CP(기업어음)를 발행하고 있다. 롯데카드(3년물), 현대카드(3~3.5년물), 신한카드(3~4년물) 등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전사의 경우 일괄신고제를 통해 손쉽게 여전채를 발행할 수 있는데도 오히려 단기금융시장에서 신고 절차를 거쳐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며 “만기를 최대한 늘리고 자금 조달 통로를 다각화해 향후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려는 목적”이라고 풀이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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