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추진하며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의 ‘탈(脫)’ 바퀴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 회장이 그간 밝혀왔던 인간 중심 미래 모빌리티 비전의 일환일 뿐 아니라 네 바퀴로 운행되는 전통적인 자동차를 넘어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 로봇 기술로 운행하는 자동차 등 다양한 전략 실행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블룸버그통신은 소프트뱅크그룹이 미국의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현대차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최대 10억달러(약 1조1,350억원) 규모로 경영권이 포함된 인수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추진되는 첫 거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이 이번 인수를 통해 구체화 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최근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아래 기존의 전통적인 자동차 틀을 깨는 다양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정 회장은 지난 2월 열린 ‘CES2020’에서는 우버와 협업으로 제작한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인 ‘S-A1’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하늘을 나는 차’ 항공 모빌리티 분야의 진입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해 11월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MIF) 2019’에서 2023년까지 개인 비행체를 만들고 2029년에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공간이나 경로 등과 상관없이 맞춤형 모빌리티를 제작, ‘이동 수단’을 넘어 ‘삶의 공간’까지 확대하겠다는 의도였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미래 모빌리티 개발 조직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를 개설하며 걸어 다니는 자동차인 콘셉트카 ‘엘리베이트’ 개발에 착수했음을 선언했다. 엘리베이트는 ‘CES 2019’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4개의 바퀴 달린 로봇 다리를 움직여 기존 이동 수단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나 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로봇 기술과 자동차를 결합할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예측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폿’은 360도 카메라를 장착하고 네 발로 초당 1.58m의 속도로 뛰거나 계단을 오를 수 있으며 방수 기능도 갖췄다. 다만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연구 중심 조직이어서 스폿 외에도 기발한 로봇을 내놨지만, 사업화에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현대차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손잡을 경우 로봇 기술과 자동차를 접목해 로보틱스 사업을 가속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 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 ‘게임 체인저’로 자리잡기 위한 인수“라며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던 현대차가 미국 내 선진 기업 인수를 통해 자동차 세계의 혁신을 선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