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
세대를 넘어 많은 이가 애송시로 꼽는 ‘수선화에게’의 시인 정호승이 신작 산문집을 냈다. 제목은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비채 펴냄)’. ‘수선화에게’를 비롯해 ‘산산조각’ ‘서울의 예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등 지난 48년 동안 창작한 천여 편의 작품 중 60편을 성심성의껏 골라 각 시와 시에 얽힌 사연을 짝으로 묶어 살뜰히 책에 담았다.
정호승 시인은 10일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올해 제 자신도 모르게 일흔이 됐다”며 “인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긍정적 의미로 정리해야 할 것은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정호승이 산문집을 낸 건 7년 만이다. 그는 “시와 산문은 장르 자체는 별개지만 서로 하나의 영혼과 몸을 이룬다. 문학이란 이름으로 하나”라며 “시와 그 시를 쓰게 된 계기를 같은 책에 묶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늘 했었고, 그런 생각의 결과가 이 책”이라고 설명했다. 책에는 인생과 신에 대해 원망했던 일, 반려견에게 화를 내고 후회했던 사건, 가계부에 적힌 어머니의 시를 보고 놀랐던 기억 등이 시로 승화된 과정이 시인 특유의 쉬운 언어로 기록돼 있다.
책에 실은 작품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시를 꼽아달라고 하자 그는 ‘수선화에게’와 ‘산산조각’을 골랐다. “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시라고 여긴다”는 두 편이다. 그는 “이 시대의 한 시인으로서 단 한편의 시라도 다른 사람의 삶에 힘과 위안을 줄 수 있다면 그야말로 큰 기쁨”이라고 했다.
2년 후면 등단 50년이 되는 정호승은 “남은 생애 동안 다른 이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시를 최대한 많이 쓰고 싶다”며 “죽음이 찾아왔을 때 아직 써야 할 시가 가슴 속에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남아 있는 삶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