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큰손 고객인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점은 부정적이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상당 기간 늦춰지면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요청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바이든도 화웨이 제재 지지 표명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시대가 열려도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처럼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안보를 명분으로 화웨이 제재에 나선데다 미국 내 반중 정서가 강력해 바이든 당선인이 당장 화웨이 제재를 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2월 트럼프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지지를 표명하며 “동맹국들과 함께 데이터 탈취와 같은 문제에 글로벌 원칙을 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계속될 경우 9월 중순 이후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이 중단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부정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 11% 정도다. 이들 회사는 화웨이 외에 오포·비보·샤오미 등 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로의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당분간은 화웨이 공백에 따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 정부가 PC용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화웨이 수출 허가를 일부 내주기는 했지만 수출규제의 명분으로 국가안보를 들고 있는 만큼 5세대(5G) 스마트폰 반도체에 대한 수출을 허가해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美 견제에●中 반도체 자급률 확대 차질
반면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 때리기가 계속된다는 점에서 한국 반도체 업계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강화된 제재로 화웨이의 자회사이자 중국 최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인 하이실리콘은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도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올라 7나노 이하 미세공정 진입이 어려워졌다. 글로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 3위권인 하이실리콘과 파운드리 시장 5위인 SMIC가 미국의 제재로 타격을 받은 것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점유율을 늘려가는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당선인이 중국 견제 기조를 이어간다면 오는 2025년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높인다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차질이 불가피해 한국 업체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바이든 시대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미국 의회에는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외국 기업에도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의 이른바 ‘칩스(CHIPS)’ 법안이 발의돼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 내에서의 생산(Made in all of America)’을 경제정책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행정부처럼 삼성전자 등 외국 반도체 기업에 자국 내 생산시설 투자 확대를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5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추세로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며 현재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라인은 거의 풀 캐파(최대 생산량)로 가동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스틴 공장 확장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