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소비는 ‘메가트렌드’ 입니다. 특히 1980년~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는 동물성 원료를 쓰지 않은 ‘비건화장품’에 주목하고 있어요”
11일 서울경제와 만난 이하나(오른쪽) 멜릭서 대표와 이수진 두나무앤파트너스 애널리스트는 “우리도 MZ세대인데, 소비를 할 때 사회와 환경을 더 고려하는 우리 세대를 겨냥한 것이 주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비건화장품 브랜드 ‘멜릭서’를 선보였다. 국내 첫 비건스킨케어 브랜드다.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는 원료를 쓰는데 이런 원료들은 미국 환경·건강 관련 비영리 단체 EWG 안전등급을 획득했다. 한 마디로 멜릭서는 100%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화장품을 만든다. 제조 과정뿐 아니라 화장품 패키지 역시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 화장품 박스에 흔히 볼 수 있는 비닐 소재 테이프도 종이로 대체했다. 제품을 둘러싼 모든 아이템이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 대표는 “사회, 환경적으로 건강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시장에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호응을 받고 있다”며 “멜릭서 역시 이런 철학에 기초해 만든 스타트업”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투자사 두나무앤파트너스는 멜릭서에 10억원을 투자했다. 설립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금액치고는 큰 규모다. 담당 심사역인 이 애널리스트는 “정보가 넘치고 성분도 비슷해 차별화가 어려운 게 화장품 시장”이라며 “MZ세대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감할 수 있고 응원할 수 있는 브랜드 메시지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 비건화장품이 그런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브랜드 철학을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MZ 세대의 마음을 얻으려면 제품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브랜드가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시장과 늘 소통 가능해야 한다”고 봤다. 해외 진출에도 친환경 기조를 우선시하고 있다. 가령 중국 시장에 발을 담그려면 중국식약청(CFDA)의 위생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동물실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 때문에 멜릭서는 중국 당국이 동물 실험을 폐지하지 않는다면 중국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화학 방부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제품 유통기한도 짧다”며 “길면 6년까지 되는 일반 화장품과 달리 멜릭서는 1~3년 사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