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인터뷰] 이도현 "부담감에서 시작한 '18 어게인', 어느덧 책임감 생겼죠"

JTBC ‘18 어게인’에서 고우영 역을 맡은 배우 이도현이 8일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 사진=위에화엔터테인먼트 제공JTBC ‘18 어게인’에서 고우영 역을 맡은 배우 이도현이 8일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 사진=위에화엔터테인먼트 제공



“저는 연기 욕심이 큰 사람이에요. 앞으로 더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도현의 눈빛이 반짝였다.

18살의 몸을 갖게 된 아저씨를 연기하며 고군분투했던 시간을 설명하는 이도현은 행복해 보였다. 부담이 책임감으로 변할 수 있었던 시간만큼 훌쩍 성장한 그에게 주변의 시선도 어느덧 신뢰로 가득했다.


9일 위에화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JTBC 월화드라마 ‘18 어게인’을 통해 2인 1역을 깔끔하게 소화해 낸 이도현을 만났다. 졸지에 두 아이의 아빠이자 아내를 둔 영락없는 아저씨를 연기하게 된 그는 출발의 부담과 결승점의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털어놨다.

“처음에는 부담이었는데 갈수록 책임감으로 변하더라고요. 부담이 큰 만큼 잘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계속 가지면서 더 많이 관찰하고, 분석하고, 주변에 많이 물어보면서 준비했어요. 선배님들은 진짜 아이가 있으니까 아이를 봤을 때 어땠는지, 정말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픈지 여쭤봤죠. ‘내 아이가 팔 하나가 잘리면 무조건 난 줄 수 있다’ 그런 말들을 하시는 걸 듣고 ‘이게 진짜구나. 사랑하는 내 자식이면 못 줄 게 없구나’하는 부모의 마음을 많이 배웠어요.”

올해 26살인 이도현에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설정인 만큼 여러 단계를 거쳐 고우영의 감정을 이끌어냈다. 특히 2인 1역은 혼자 만들어나갈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는 원작인 영화 ‘17 어게인’을 파고들면서 2인 1역 연기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고, 촬영 전부터 같은 역을 맡은 윤상현과 차근차근 호흡을 맞춰갔다.

“처음에는 부모의 마음에 대해 설명해주신 것을 듣고 ‘그런 생각으로 해야지’ 했는데 100% 이입이 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다른 것에 대입을 했죠. 제가 키우는 강아지나 가족이 어떻게 됐다는 상상을 했는데, 그렇게 연기하는 것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다음 단계에서는 최대한 평상시에도 고우영으로서 와이프를 바라보고, 내 자식처럼 생각하는 마음으로 생활했어요. 극 중 딸, 아들인 시아, 시우한테 촬영을 안 할 때도 일부러 아빠처럼 잔소리를 많이 하기도 했거든요. 그렇게 하면서 연기할 때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연습 과정에서 윤상현 선배님과 같이 리딩을 10번 정도 한 것 같아요. 톤을 맞추는 게 우선이었어요. 서로의 톤의 중간을 맞추는 게 목적이었거든요. 처음에는 제가 윤상현 선배님의 성대모사를 하듯이 했는데 선배님이 ‘너는 연기를 왜 그렇게 해? 너처럼 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후부터 저답게 연기를 하다가 선배님의 톤과 목소리를 입혔어요. 관찰도 많이 했고요. 촬영장에서 만났을 때나 사적인 자리에서 선배님의 행동이나 말투를 캐치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과정을 거치면서 고우영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했죠.”

이도현 / 사진=위에화엔터테인먼트 제공이도현 / 사진=위에화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한 지 3년도 채 안 된 신인 배우가 대선배와 커플 연기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로코퀸’이라고 불리는 김하늘과의 부부 연기라면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할 만큼 선배 배우들과 하 감독의 애정 어린 조언과 지도 덕에 고우영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다고.

“처음에는 부담도 되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거든요. 그런데 선배님들과 리딩도 많이 하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해가면서 회차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적응이 되더라고요. 또 선배님들이 너무 잘해주셨어요. 과연 내가 김하늘 선배님과 친해질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너무 편안하게 해주셔서 지금은 누나라고 부르기도 해요. 나중에는 바라보고만 있어도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수 있게끔 잘 던져 주셔서 현장이 되게 좋았어요. ‘이렇게 하면 좀 더 남편 같을 거 같아’ ‘이렇게 하면 더 설렐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코멘트도 많이 해주셨고요.”


이렇게 전방위로 노력하고 고민한 흔적은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능청스러운 아재 연기와 윤상현과 높은 싱크로율로 ‘인생 캐릭터’라는 호평까지 받았다. 하 감독을 비롯한 ‘18 어게인’ 제작진들 역시 그런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게 됐다.

관련기사



“원래 하 감독님께서 촬영 B팀을 안 돌린다고 하셨는데, 방송이 시작되고 스케줄을 맞춰야 하니까 B팀을 돌리게 됐어요. 다른 감독님이 B팀을 맡으셨죠. 그래서 하 감독님께 B팀을 돌리게 돼서 어떠냐고 여쭤보니까 ‘나는 B팀 돌린 게 너를 믿어서 돌린 거다. 이제 내가 직접 안 봐도, 너를 코칭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동이었어요. 저를 전체적으로 다 잡아주시는 감독님께서 믿어준다는 말씀을 해주신 게 너무 좋았죠. 너무 감사하고, 그래서 더 힘입어서 파이팅 하게 됐어요.”(웃음)

이도현 / 사진=위에화엔터테인먼트 제공이도현 / 사진=위에화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럼에도 이도현은 ‘18 어게인’이 마냥 뿌듯하고 성취감으로 가득 찬 작품은 아니라고 했다. 20대 배우가 드라마 내내 36살의 연기를 펼치는 이런 특별한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더욱더 열심히 했다. 그래도 막상 끝내고 보니 아쉬운 것투성이다.

“100% 완벽한 연기는 없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있어요. 매회 모니터링을 했거든요. 촬영 현장에서도 보고, 새벽에 촬영 끝나면 집에 와서 바로 재방송을 보고 잘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매번 시청자 분들이나 친구들이 ‘아저씨 같다’ ‘아빠 같다’고 하지만, 저는 모니터링을 하면서 ‘저기서 좀 더 아저씨 같을 수 있었을 텐데, 아빠처럼 할 수 있었을 텐데, 저 때 어미 처리를 조금 이렇게 했으면 좀 더 아빠 같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이제는 이런 아쉬움은 뒤로하고 앞으로 보여줄 것들이 더 무궁무진하다. 2017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정경호 아역으로 데뷔한 이도현은 이후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호텔 델루나’ 등에서 조연으로 활약하다가 3년 만에 주연 자리에 올랐다. 이렇게 이제 막 라이징 스타로 대중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도,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다.

“욕심이 너무 커서 모든 장르를 다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연기를 소화할 수 있어야 좋은 배우잖아요. 액션에 욕심도 있어요. ‘배가본드’ 이승기 선배님 역할이나 ‘태양의 후예’ 송중기 선배님 역할 같은 것도 하고 싶고요. 느와르도 하고 싶은데 느와르는 드라마로 하기 쉽지 않으니까 영화도 하고 싶어요. 욕심은 정말 많은데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할 수 있어요.”

아직 차기작은 결정되지 않았다. 이미 촬영을 마친 넷플릭스 ‘스위트홈’이 오는 12월 공개되는 것 외에는 계획이 없다. “가족을 위해 사는 것이 목표”라고 할 정도로 가족 사랑이 넘치는 그는 잠시 미뤄뒀던 가족과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다. 그 이후에 고우영이 되기 위해 달려온 시간들을 조금씩 털어낼 생각이다.

“제 목표를 막연하게 얘기하자면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에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환경에 가서 사는 것을 꿈꾸고 있죠. 개인적인 욕심은 없어요. 뭐를 사고 싶다거나 그런 욕심은 어렸을 때부터 없었어요. 가족들이 행복하고, 화목하고, 웃을 수 있으면 그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처음으로 가족 여행을 가요. 이후에 혼자 시간을 보낼 생각이라 어머니가 조금 서운해하시긴 하지만 그다음에 다른 작품을 해야 하니까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털어내려고요.”(웃음)

“배우로서는 믿고 볼 수 있는 배우 타이틀을 얻고 싶은 마음이 커요. 이 작품에 이도현이 나온다고 했을 때 ‘그럼 무조건 봐야지’라는 말이 나오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름만으로 긍정적인 기운을 드릴 수 있고, 연기로 인해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도현 / 사진=위에화엔터테인먼트 제공이도현 / 사진=위에화엔터테인먼트 제공


추승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