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러스트벨트' 백인 노동자 가족의 피폐한 삶을 엿보다

■리뷰-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힐빌리의 노래'

J.D 밴스 회고록 바탕으로 한

암담하고 처참한 가족 이야기

명배우들이 현실감 있게 그려

사회비판적 시선 원작과 달리

개인·가족문제로 치환 아쉬워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가 남긴 말 중 ‘러스트벨트’가 있다. 미국의 중·동부, 1960~80년대 제조업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산업이 쇠퇴하며 ‘녹슬어버린’ 공업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지역이었던 이 곳은 2016년 대선에서 백인 노동자들의 분노를 자극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 됐다.

영화 ‘힐빌리의 노래’는 피폐한 러스트벨트의 한 가족의 삶을 들여다본다. 배경은 오하이오주의 한 도시. ‘힐빌리’(hillbilly)라는 단어는 미국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계층을 이르는 말이다. ‘아폴로13’, ‘뷰티풀 마인드’의 론 하워드 감독은 J.D. 밴스가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며 쓴 동명의 회고록을 토대로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영화 ‘힐빌리의 노래’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영화 ‘힐빌리의 노래’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는 예일대 로스쿨 학생인 주인공 J.D.(가브리엘 바쏘 분)가 중요한 면접을 불과 하루 앞두고 어머니의 헤로인 중독에 따른 입원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시작된다. 그 곳에서 다시 마주친 암담하고 처참한 기억이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어린 시절, 엄마 베브(에이미 아담스 분)는 간호사로 일하는 동안 약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폭력과 자해소동까지 벌인다. 수시로 애인을 바꾸면서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엄마로 인해 J.D.의 거처도 계속 바뀐다. 할머니(글렌 클로즈 분)는 젊은 시절 가정폭력을 일삼았던 할아버지와 같은 마을에서 굳이 따로 산다. 이렇게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J.D.도 방황하며 사고를 친다.


성인이 돼 돌아온 고향이라고 다를 게 없다. 황량한 도시의 재활치료센터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로 붐비고, 누나 린지(헤일리 베넷 분)는 본인의 가족을 건사하기도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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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상황은 오스카상 단골 후보인 에이미 아담스와 글렌 클로즈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연기 덕에 현실보다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이미 넷플릭스가 에이미 애덤스와 글렌 클로즈를 각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후보로 올리기 위한 캠페인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영화 ‘힐빌리의 노래’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영화 ‘힐빌리의 노래’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하지만 영화는 가족드라마 그 이상으로 발을 뻗지 않는다. J.D.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지극히 개인의 의지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J.D.가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할머니의 건강문제다. 영화 초반 백인 상류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의 사회문화적 격차를 묘사하는 장면들이 있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개인적 차원에서만 나온다.

원작이 자신의 유·소년시절 경험을 통해 가난한 백인 노동자층이 처한 무기력한 상황을 사회비판적 시선에서 보여준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점이 남는다. 원작은 주인공 가족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사회적 차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 바 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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