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김종인 '좌클릭'에 들끓는 보수진영

경영계와 약속까지 깨고 정의당과 중대재해법 간담

연이은 反기업 마이웨이에 국민의힘 정체성 혼선

"진보 흉내내다 역풍 맞을수도" 당내 불만 잇따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 김동명 위원장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 김동명 위원장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과도한 ‘노동계 끌어안기’ 행보에 보수진영이 들끓고 있다. 김 위원장의 친(親)노동 행보에 발맞춰 원내지도부가 경영계와 약속한 만남까지 취소하고 ‘기업규제’ 강화를 약속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일도 벌어졌다. 김 위원장이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노동계의 표심을 의식해 ‘반(反)기업’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보수정당의 정체성마저 흔들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기로 한 현안 간담회를 연기하자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당초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이날 오후 경총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급작스레 “행사를 잠정 연기하자”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행사를 연기하고 윤재옥 의원이 주최하는 ‘탐정업법 제정 입법방향 전략 세미나’로 일정을 대체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다른 공식 일정마저 없었다. 경영계와 야당이 상법과 공정거래법, 근로시간 관련 법 등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로 한 자리가 명확하지도 않은 이유로 불발된 것이다.


이를 두고 원내지도부가 친노동 행보를 보이는 김 위원장의 심기를 고려했다는 말도 새어나왔다. 전후 사정 역시 이를 입증한다. 전날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중대재해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초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이 법은 원청과 하청에 관계없이 모든 현장 업무에서 근로자가 중대산업재해를 당하면 원청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징벌적 처벌을 하는 것이 골자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규제를 담아 경영계가 우려하는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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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원내대표는 전날 이 간담회에는 참석했으면서도 정작 이날 경영계와의 만남은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건의할 사안들을 이미 정리해놓은 상태였다”며 “보수정당마저 경영계의 의견을 들어주기 꺼리는 분위기로 인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내지도부가 경영계를 등지면서 당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내년 재보궐선거를 두고 표 계산을 하느라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기업규제 법안들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취임하며 “진보·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한 뒤 9월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기업규제 3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성했다. 당에서는 당장 “보수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김 위원장의 입장과 달리 상당수 의원들은 경영권을 되레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표만 된다면 기업은 규제를 가해도 된다’는 식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소속 의원들의 불만 토로가 잇따르고 있다.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진보정당의 의제를 따라간다고 지지율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도 “현장에서 돌발적으로 벌어지는 중대재해가 기업주와 경영진을 처벌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자기 정치’를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보수야당 대표로는 6년 만에 한국노총을 찾아 “산업현장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의원은 “보수정당에 와서는 자신의 상징인 ‘경제민주화’를 합리화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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