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동연구팀이 액체 상태의 입자가 단단한 유리로 변하는 순간을 관찰해 임계점에서 유리 입자의 움직임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유리에 새로운 성질을 부여하는 신소재도 개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티브 그래닉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단장(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특훈교수)과 보리 선임연구원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와 함께 12일 네이처에 액체 상태 유리 입자 하나를 레이저로 자극해 주변으로 움직임이 퍼져나가는 양상을 관찰, 임계점에서 유리 입자의 이동성 증가와 집합적인 움직임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유리는 입자들이 높은 온도에서는 무질서하게 배열돼 액체와 비슷한데 온도가 내려가면서 높은 점성이 나타난다. 유리가 단단해지는 이유는 주변 입자들에 둘러싸이며 입자가 움직이지 못하는 ‘케이지 형성’ 때문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관측된 적은 없었다.
임계점에서 집합적으로 움직이는 유리 입자각 그래프의 가로축은 입자의 변위, 세로축은 시간 t가 지났을 때 원래 위치로부터 r만큼 떨어져 있는 입자의 개수다. 이때 그래프 피크는 시스템이 결정의 격자 구조처럼 불연속적인 구조로 돼 있음을 의미한다. 왼쪽 패킹계수가 0.55일 때는 시스템이 액체이므로 피크가 하나도 없고 임계점인 0.60에서 여러 개의 피크가 생기며 고체의 성질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0.75에서는 고체의 성질이 두드러진다. 그림 e에서 표현된 것처럼 고체와 액체의 성질을 균일하게 갖게 된 임계상태의 경우 입자들의 운동성이 커진다. 패킹계수가 임계점을 넘어가면 시스템에서 고체의 성질이 강해져 입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고 액체보다 활동성이 떨어지게 된다. /IBS
연구팀은 개별 콜로이드 유리 입자를 자극할 수 있을 만큼 강하고 집중된 펨토초 레이저를 개발하고 이 레이저로 입자 한 개를 자극한 뒤 주변 입자들로 움직임이 퍼져나가는 양상을 분석했다. 콜로이드는 입자 크기가 1~100㎛로 나노입자보다 커서 관찰이 쉽고 작은 에너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펨토초 레이저는 10의15제곱(펨토)인 1,000조분의 1초에 에너지를 집중해 매우 큰 출력을 낸다.
그 결과 콜로이드 유리 입자들은 임계점에서 입자 이동성이 가장 크게 증가하며 케이지 형성의 특징인 집합적 움직임이 나타났다. 입자들이 임계점에서 가장 많이, 가장 멀리 이동해 변형되기 쉬운 상태가 될 뿐 아니라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입자들이 집합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이는 유리 전이 과정이 금속과 달리 서서히 일어난다는 기존 관념을 뒤집고 임계점에서 입자가 갑자기 ‘케이지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을 뜻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