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항일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시아버지 고(故) 이기을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가 이번에 독립유공자로 등록된다.
12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이 교수가 일제강점기 시절 항일활동을 한 공적을 인정해 달라며 지난 4월 정부에 포상신청을 접수했고, 최근 심사를 통해 포상 대상으로 결정됐다.
보훈처 관계자는 “지난 3일 이 교수의 독립유공자 포상 대상자 선정 관련 안건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며 “오는 17일 순국선열의 날에 유족에게 대통령 표창이 수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함경남도 북청 출신인 그는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40년 ‘중앙고보 5인 독서회’ 사건에 가담했다. 5인 독서회는 이 교수를 비롯해 노국환·유영하·조성훈·황종갑씨 등 중앙고보 4학년생 5명이 조직한 학생 항일 단체다.
당시 교사인 최복현씨의 지도아래 만들어진 이 독서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민족정기와 독립쟁취 등에 관한 토론을 했다. 또 금서로 지정된 ‘도산 안창호’, ‘민족개조론’, ‘사회계약론’ 등의 책을 돌려가며 읽었다.
학생들은 1941년 활동범위를 확대하던 중 황종갑씨의 연락 편지가 일본경찰에 발각돼 독서회의 존재와 활동내용이 드러났다. 이에 이 교수 등 5명의 학생은 50여일, 지도교사 최복현씨는 1년간 옥고를 치렀다. 이후 이 교수는 1943년 일본군 학병이 돼 일본 가고시마에 배치됐다. 당시 그는 일본군에 강제 징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생전인 지난 1983년에도 한 차례 독립유공자 포상 신청을 했으나 탈락했다. 당시 일본군 입대 경력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 4월 신청서를 낸 지 7개월 만에 훈격이 결정됐다.
이에 대해 보훈처는 “지난 2018년 포상 심사 기준이 일부 완화된 데 따른 것”이라며 “기존에는 독립유공자 포상 최소 기준이 ‘수형(옥고) 3개월 이상 또는 독립운동 활동 6개월 이상’이어서 1개월가량 옥고를 치른 이 교수는 포상 자격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광복절 계기 포상 심사부터는 ‘명백한 독립운동 사실 확인 시 최소 수형(옥고) 기준 완화’라는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중앙고보 5인회 사건 가담자(최복현 선생 포함 6명) 가운데 3명은 이미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았으며, 이번에 이 교수를 포함해 2명이 추가로 포상을 받을 예정이다. 나머지 1명은 포상 심사 과정에서 사후행적 불분명 등을 이유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유공자에게는 보훈급여와 임대주택 우선공급, 국립묘지 안장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이 교수가 지난달 13일 별세함에 따라 혜택은 유족이 받는다. 유족에게 지급되는 보훈급여는 훈격에 따라 매월 최소 74만3,000원에서 최고 265만원이다. 독립유공자의 훈격은 건국훈장이 가장 높고 이어 건국포장, 대통령 표창 순이다. 이 교수의 훈격은 대통령 표창이며, 유족은 매월 74만3,000원의 보훈급여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