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법정에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진술하며 눈물로 피해 회복을 호소했다. ‘위안부’ 피해자가 우리 법원에서 피해 진술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민성철)는 고(故) 김복동·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7명과 유족 등 모두 21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억 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최후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소송의 원고인 이 할머니가 출석해 14살의 나이에 일본군에 의해 대만의 위안소에 끌려갔던 피해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 11월 열린 1차 변론기일에도 출석한 바 있다.
이 할머니는 “대만 위안소에서 한 언니가 ‘너는 너무 어리다’ 하면서 언니방 다락에 숨겨줬다”며 “(그런데) 조금 있다 근데 군인이 와서 ‘조센징 내놓으라’고 하면서 그 언니를 온 전체를 칼로 휘둘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잘못했다고 빌었는데도 또 한 번 돌리는데 씨게(세게) 엄마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며 “(그 소리가) 귀에서 나는지 머리에서 나는지, 신경 쓰면 더 크게 나고 밤이나 낮이나 잠을 못자고 진정제 먹으며 살고 있다”고 진술했다.
전쟁이 끝난 뒤 1946년 대구의 고향집으로 돌아온 상황에 대해서는 “‘엄마’ 하니까 엄마가 제사인줄 알고 ‘혼이 왔구나’ 하면서 (제가) 엄마하면서 울으니까 엄마가 까무러쳤다”며 “엄마가 ‘우리 딸은 죽었는데 귀신이 제삿밥을 먹으러 왔다’고 쫓아내려 했다”며 오열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 2015년 한일 양국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했는데 이 합의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시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일본의 안보국장이라는 사람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병기가 청와대에서 농담으로 주고받은 것이 합의라고 나오는데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분해서 혼자서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정부가) 10억 엔까지 받았다. 왜 또 팔아먹느냐고 그게 돈인 줄 알았으면 돌려보냈다”면서 “저한테 (합의) 연락 안 했다. 딴 사람한테 다 해도 저한텐 안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자필로 쓴 편지를 읽는 시간도 가졌다. 그는 “저희는 직접적인 피해자고 판사님도 여러분들도 간접적인 피해자”라며 “법을 믿고 저는 기다렸지만 왜 해결을 못 해주냐”며 눈물로 호소했다.
또 “고명딸로 태어나 14살에 끌려가서 대한민국까지 왔다. 조선의 아이로서 대한민국 늙은이가 돼서 이렇게 왔다”며 “판사님을 믿고 법을 믿고 우리 법을 믿고 기대했다. 저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이 90이 넘도록 이렇게 판사님 앞에서 호소를 해야 하느냐”고 눈물을 훔쳤다.
이 할머니는 “우리 대한민국 법에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한다”며 “일본은 피해자가 (살아)있을 때 사죄 배상 하지 않으면 영원한 전범국가로 남는다”며 피해 회복을 위한 마지막 수단이 한국 법원의 재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일본 정부를 상대로 열린 손해배송 소송은 2016년에 시작됐으며, 내년 1월13일 오후 2시에 선고가 내려진다. 일본 측은 소장을 반송하는 등 소송서류 접수를 여러 차례 거부해 그간 재판이 제대로 열리지 못했고, 이 할머니 측 변호인단은 일본의 불법행위에 ‘주권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우리 법원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판결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해 3월 우리 법원이 일본정부에 손해배상 소송 소장과 소송안내서 번역본을 공시송달해 같은 해 5월부터 송달 효력이 생겨 재판을 진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