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이 서경배 회장과 각자 대표 체제를 구성하는 대표이사 자리에 51세의 젊은 피 김승환 부사장을 발탁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올해 3·4분기까지의 실적이 중국과 마찰을 빚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때보다도 내려가는 등 고강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김 신임 대표가 인사와 전략통으로 알려진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브랜드 등에 칼을 데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2일 “새로운 시대의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고객중심’에서 각 조직의 핵심 역량을 강화해 기업 경영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고자 2021년 1월 1일자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파격적인 부분은 김 대표의 발탁이다. 김 대표는 약 4년 6개월간 서 회장과 손발을 맞췄던 배동현 전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의 자리를 이어가게 된다. 주목할 점은 배 전 대표와 김 신임 대표의 나이 차다. 1969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올해 51세로 배 전 대표(65세)와 무려 14살 차이가 난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대표를 앉힘으로써 회사에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심어주기 위함”이라며 “올해 부진한 실적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도 해석된다”고 밝혔다. 실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3·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1조2,086억원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김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조직 효율화에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가 ‘인사통’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006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한 이후 경영전략팀장, 아모레퍼시픽그룹 전략기획 디비전장, 그룹인사조직실장 등을 거쳤다. 이어 2017년부터는 아모레퍼시픽그룹 그룹인사조직실장 겸 아모레퍼시픽 인사조직 유닛장을 역임하며 인사(HR) 조직을 총괄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인사 조직을 총괄하는 등 조직 개편 부문에서는 가장 큰 적임자”라며 “부진을 겪고 있는 부실 브랜드 정리, 신사업 확장 등을 위한 인사 관리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인 중국 내 이니스프리 등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기준으로 중국의 오프라인 매장수는 608개에 달했지만 올해 2·4분기 기준 570여개 수준으로 줄였고 추가 감축을 통해 올해 말까지 400개 후반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중국 사업까지 진두지휘 한 경험이 있는 김 대표가 취임하면서 이같은 작업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이밖에 정혜진 아모레퍼시픽 프리미엄 브랜드 유닛장이 전무로 승진해 라네즈 브랜드 유닛장으로, 박영호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상무가 R&D 유닛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정 전무의 경우 1975년생으로 김 신임 대표와 함께 ‘젊은 아모레’의 의지를 드러낸 인사 요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아모레퍼시픽은 기존 마케팅 기능 위주의 브랜드 조직에 국내외 전 채널을 아우르는 영업 전략 기능을 통합하기로 했다. 또 브랜드별 차별화된 조직 구성과 운영 방식을 도입하고 기술 혁신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해 생산 경쟁력 향상을 추진하는 조직 등을 신설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직면한 위기를 타개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