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남북전쟁 전후의 남부를 무대로 여자 주인공 ‘스칼릿 오하라’의 인생역정을 그린 역사 로맨스 대작이다. 이를 토대로 만든 영화는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 기록은 20년 가까이 깨지지 않았다. 작가 마거릿 미첼은 전쟁으로 노예제와 남부의 귀족적인 전통이 한순간에 바람처럼 사라졌지만 스칼릿을 통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내는 것을 묘사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 소설이 배경으로 삼은 곳은 미국 조지아주다. 조지아는 텍사스·미시시피·앨라배마·버지니아 등과 더불어 보수 성향의 기독교인들이 몰려 사는 일명 ‘바이블벨트’에 속한다. 1980년대 이후 공화당의 대표적인 텃밭이었다. 영국에 맞서 미국 독립혁명을 일으켰던 13개 주 가운데 하나다. ‘조지아’라는 이름은 1732년 영국 왕 조지 2세가 이곳을 식민지로 건설하면서 붙였다. 현재 인구는 1,000만명가량이고 주도는 1996년 올림픽이 열렸던 애틀랜타이다. 미첼은 물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미 카터도 이곳에서 태어나 조지아 공대를 졸업하고 해군에서 대위로 예편한 후 고향에서 땅콩 농사를 짓다가 정계에 입문해 39대 대통령이 됐다. 본사가 이곳에 있는 코카콜라도 애틀랜타에서 약사로 지내던 존 펨버턴이 창업한 기업이다. 케이블 뉴스 방송 CNN의 본사도 여기에 있다. 이곳에는 한인 교포가 10만명가량 살고 있고 기아차 공장도 있어서 우리에게 친숙하다. SK 전기차 배터리 공장도 이곳에 건설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불과 0.3%포인트가량 차이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긴 것으로 알려진 조지아주가 수작업으로 재검표를 하기로 했다. 득표 차가 0.5%포인트 이하면 재검표할 수 있다는 주법에 따라 공화당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4·15총선 이후 부정선거 의혹이 일부 제기됐고 재검표를 위한 증거보전신청을 한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까지 재검표가 이뤄진 곳이 전혀 없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둘러싼 논란은 어디서나 쉽게 잦아들지 않는 것 같다.
/오현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