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 페이스북에서 대만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차단했다가 대만 네티즌들의 역공을 받았다고 홍콩 매체 명보가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WHO는 지난 11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의 화상회의를 페이스북에서 생중계하면서 ‘대만이 도울 수 있다’(Taiwan can help)는 메시지를 차단했다.
대만은 WHO가 1948년 설립될 당시 창립 멤버였으며, 2009∼2016년 옵서버 자격으로 WHA에 참가해왔다. 그러나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의 반발로 이후 총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대만이 도울 수 있다’는 대만 관리들과 다른 나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대만이 국제적 공조에 참여하는 것을 지지하는 슬로건이다. 실시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인구가 약 2,380만 명인 대만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 589명, 누적 사망자 7명을 기록하는 등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만은 코로나19 대응방안을 WHO와 함께 논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꾸준히 타진했지만 불발됐다.
이번 WHA 화상회의 페이스북 생중계 도중 누리꾼들이 항의의 뜻으로 ‘대만이 도울 수 있다’ 등 대만의 WHO 참여를 촉구하는 댓글을 올렸으나 WHO가 이를 차단한 것이 드러나게 됐다. 분노한 누리꾼들은 ‘T@!wan c@n help’ ‘TA!WAN CAN HELP’ 등 기호나 이모티콘 등으로 철자를 교묘히 바꿔 ‘검열’을 피하면서 역공을 펼쳤다. 누리꾼들은 또한 역으로 ‘중국은 도울 수 없다’(ChinaCantHelp)라는 댓글로 대응을 하기도 했다.
앞서 대만 외교부는 지난 8일 밤 WMA로부터 초대를 받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중국의 방해로 대만이 WHO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WHO가 계속해서 2,350만 대만인의 건강과 인권을 무시하는 것에 강한 불만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WHO가 정치적 이유로 대만을 초대하지 않는 것은 “모두의 건강”을 위한다는 WHO의 주장을 웃음거리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선 WHO를 향해 대만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AFP통신에 따르면 세계의사회(WMA)가 대만을 WHO의 WHA에 참가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프랭크 몽고메리 WMA 의장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은 전 세계 모든 의료 시스템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WHA에서 대만을 계속 배제하는 것은 부정적이고 역효과를 낳는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WMA는 각국 의사협회의 연합체로, 전 세계적 의사 1,000만명을 대표하고 있다. 제네바 대만대표부의 왕량위 대사도 최근 AFP와의 인터뷰에서 WHO가 대만을 옵서버로 초청할 권한이 있다면서 WHO에 변화를 촉구했다.
한편 현재는 WHO 페이스북에서 ‘대만이 도울 수 있다’는 내용의 댓글은 그대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