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년새 5억→10억 껑충…‘강동구發’ 전세난민 쏟아진다

고덕 등 '입주 폭탄'으로 급락했던 강동구 전셋값

최근 전세 대란 속 전셋값 '원상 복귀' 넘어 폭등

주거 수준 유지하려면 보증금 5억원 올려주거나

월세 최소 100만원 추가로 내는 반전세 전환해야

하남 미사강변도시도 폭등해 남양주로 갈 수밖에

대단지들이 입주한 강동구 고덕동 일대./서울경제DB대단지들이 입주한 강동구 고덕동 일대./서울경제DB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달 8억 9,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7월 거래(7억 8,000만원)보다도 1억원 이상 오른 값이다. 한편 2년여 전인 2018년 말~2019년 초 해당 평형 시세는 대략 4억원 후반대에서 5억원대에 형성돼 있었다. 4억5,000만원 선에 체결된 건도 상당하다. 이는 2019년 6월부터 명일·고덕·상일동 일대에 총 대규모 단지들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일대 전셋값이 크게 내렸던 탓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매물을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우선 전세 매물부터가 희귀하다. 해당 단지는 총 3,658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지만 전세 매물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급 폭탄이 내린 전셋값, 임대차 3법이 폭등시켜=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일대 전셋값이 크게 내렸던 2018년 말 셋집을 얻었던 세입자들의 계약 만료 기간이 다가오고 있다. 한편 해당 시기는 강동구 일대 전셋값이 급락했던 시기다. 2018년 말 9,510가구 규모의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에 이어 지난해 6월부터 1,900가구 규모의 ‘래미안명일역솔베뉴’를 시작으로 1만 4,000여 가구가 릴레이로 입주했기 때문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전용 84㎡ 기준 4억원대의 거래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입주가 마무리된데다 임대차 3법에 따른 ‘전세 대란’까지 겹치면서 이들 지역 전셋값은 원상 복귀를 넘어 급등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초 입주 시기 5억원 선에서 세입자를 구하던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전용 84.97㎡은 지난달 9억3,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이 같은 급등은 최근 임대차 3법 통과 이후부터 나타났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집주인들은 셋집에 본인이 입주하거나 가족을 입주시키고 있다. 일부 전셋값이 낮은 재건축 단지의 경우 아예 빈집으로 놀리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기존 세입자들 또한 가능하면 눌러앉는 쪽을 택하면서 전세 물량 공급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전세 품귀’ 현상 속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 전셋값은 ‘억’ 단위로 치솟고 있다.

래미안명일역솔베뉴 전경./서울경제DB래미안명일역솔베뉴 전경./서울경제DB


◇보증금 5억원 올리거나, 월세 100만원 내거나=‘입주 폭탄’으로 전셋값이 급락했던 시기 강동구에서 전셋집을 얻은 세입자들은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었다면 다행이지만 불행히도 집주인이 입주 의사를 밝혀 집에서 나가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


우선 전세 보증금을 올려 인근에 전셋집을 구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 고덕동 일대 신축 아파트 전용 84㎡ 전세 호가는 10억원에 달한다. 즉 기존 보증금에다 5억2,000만원을 더 구해야 한다. 구내 구축으로의 이사도 쉽지 않다. 준공 40년이 다 돼가는 재건축 단지인 명일동 ‘삼익그린맨션2차’ 전용 84㎡ 전세도 지난달 6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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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방법은 보증금 인상분만큼을 월세로 내는 방법이다.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기준 월세 매물은 보증금 5억원 기준, 월세 120만~15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최근 거래를 보더라도 보증금 4억8,000만원에 월세 85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보증금을 그대로 하는 경우 월세를 추가로 100만원 가까이 내게 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인접한 하남시로 이동하기도 녹록지 않다. 최근 하남 교산신도시에 대한 청약 수요 열기로 미사강변도시의 전셋값 또한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미사강변동원로얄듀크’ 전용 84.3㎡는 지난 9월 7억9,000만원에 계약됐다. 일대 전셋값 호가 또한 7억원을 훌쩍 넘긴다.

결국 해당 전세금 그대로 이사하려면 하남시 구도심 외곽 또는 강 건너 남양주 와부읍의 구축 아파트까지 바라봐야 한다. 이들 전셋값도 기존 2억원 후반대에서 3억원 중반 가량에 형성돼 있었지만 최근 전세 대란으로 인해 급등, 현재 호가는 4억~5억원가량이다.

이처럼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주택 수급 관리, 질 좋은 평생주택 공급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대책이 나오더라도 즉각적인 주택 공급이 어려운 만큼 전세난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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