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中, 패스트트랙 중단…삼성, SK, LG 등 재계 바짝 긴장

中, 코로나 재확산에 입국 강화

삼성 전세기 ‘시안·톈진행’ 취소

韓기업 인력파견 늦어져 발동동

“추가투자·인력파견 불투명”…中 돌발 빗장에 기업들 발동동

中 뚜렷한 이유 없이 전세기 막아

일각선 “선택적 허가” 불확실성 커

현대차 ‘9월 인력이동’ 영향 미미

포스코도 현지중심 영업 피해 적어

중견·중기는 “수출길 막힐까 우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대비해 입국절차를 다시 강화하겠다면서 한중 기업인을 위해 운영되던 입국절차간소화제도(패스트트랙)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중국 공장에 추가 투자를 진행하거나 출장교류가 많은 국내 기업들은 사태추이를 지켜보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 200명이 이달 13일 탑승할 예정이었던 중국 시안·톈진행 전세기 2편이 갑자기 취소됐다. 해당 전세기는 한중 패스트트랙을 이용하기로 사전 협의된 상태였다. 그러나 중국 민항국이 이들의 출국을 며칠 앞두고 삼성전자 측에 비행편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시안과 톈진으로 가려던 전세기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파견 예정 인력들이 일반 민항기 정기편으로 입국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안행 전세기에는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시안 2공장 증설에 필요한 인력들이 탈 예정이었다. 시안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메모리반도체 해외생산 기지로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방문할 정도로 전략적 중요도가 높다.

지난 9월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전세기에 탑승하려는 사람들이 수속을 밟고 있다. 중국이 최근 한중 기업인 패스트트랙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영종도=연합뉴스지난 9월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전세기에 탑승하려는 사람들이 수속을 밟고 있다. 중국이 최근 한중 기업인 패스트트랙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영종도=연합뉴스



외교부는 5월부터 도입한 한중 기업인 패스트트랙이 공식 중단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날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중국 내 해외유입 확진자가 증가하며 중국은 모든 중국 입국자에 대해 검역강화 조치를 시행했다”며 “전세기 승인 등 중국 입국을 위한 일부 절차가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이곳에 150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증설을 준비해왔다. 패스트트랙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일반 입국자와 동일하게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아도 최소 14일간 자가격리해야 한다. 입국 이틀 후부터 근무지로 이동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보다 기동성이 크게 떨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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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중국 정부의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중국 우시에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는 SK하이닉스나 지난 7월 양산에 돌입한 중국 광저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으로 매달 두세 차례 전세기를 띄우는 LG디스플레이 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현대차는 9월 전세기를 세 차례에 걸쳐 띄우며 대규모 인원이 이동했기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나 두산인프라코어도 “현지인을 중심으로 생산과 영업활동을 진행하고 있어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중 기업인이 이용했던 신속통로인 패스트트랙은 5월 1일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래 1만여 명이 이용했을 정도로 코로나19 시대에도 흔들림 없는 ‘수출 한국’의 기반이 돼줬다. 사전에 현지기업의 초청장을 받은 기업인은 전세기를 통해 입국하며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을 경우 지역에 따라 최소 14일, 최대 28일에 달하는 자가격리 없이 수일 내에 현지근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 내 제조 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 중에서도 투자 규모가 크고 인지도가 높은 4대 기업은 현지법인이 초청장을 발송하고 본사에서 전세기를 수배해 필요인력을 급파하는 형식으로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왔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삼성전자나 LG전자·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낸 데는 중국 내 제조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하는 패스트트랙의 공이 컸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이번 결정은 양국 정부와 재계의 상호 신뢰 아래 운영되던 제도도 언제든 취소될 수 있다는 선례로 남게 됐다. 또 외교가에서는 중국 정부가 “선택적 전세기 허가를 내주고 있다”는 말까지 돌면서 재계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처지다. 실제로 이날 오전 LG디스플레이가 띄운 전세기 1대는 문제없이 중국 광저우에 도착했다. 외교부는 이를 근거로 “한중 패스트트랙이 공식적으로 중단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기업들은 오히려 중국 정부의 ‘선택 기준’을 파악하기 위해 진땀을 빼게 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별다른 설명도 없는 일방적 통보에 한국 기업의 전세기가 취소되는 것이 당황스럽다”며 “전세기 허가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언제 우리 회사도 삼성전자처럼 날벼락을 맞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이수민·박시진기자 noenemy@sedaily.com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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