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협업 하자더니 '네탓'공방? '돌봄 예산' 무슨일이

내년 지자체 협업 학교돌봄 국고사업비 30억원 불과

정부 "교육청이 설치비 전액, 운영비 25% 부담해야"

교육청은 "안내 없어 예산 편성조차 안했다" 난색

지자체 참여도 장담 못해...코로나에 재정 악화

돌봄 둘러싸고 정부-지자체-교육청 충돌 가능성

초등 돌봄전담사들이 파업한 지난 6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돌봄교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초등 돌봄전담사들이 파업한 지난 6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돌봄교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자치단체·교육청·학교가 협업하는 새로운 돌봄교실 모델을 준비 중인 정부가 사업 참여기관인 교육청과의 협의 없이 사업비 분담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은 “정부의 협조 요청이 없었다”며 내년 예산안에 사업비를 편성하지 않았다. 정부와 교육청 간 ‘책임 떠넘기기’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보건복지부의 국고보조금 30억원을 활용해 지자체 협업 돌봄교실 구축에 나선다. 지자체가 학교 공간을 활용해 직접 혹은 위탁해 돌봄을 운영하는 형태다. 2021년 750실, 2022년 750실 등 총 1,500실을 만들어 초등학생 3만명을 수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교육청이 교실 설치비 전액을 부담하고 기초지자체(50%)·교육청(25%)·복지부(25%)가 운영비를 분담하는 계획을 세웠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3월 12일 경기도 수원시 매탄초등학교를 방문해 돌봄교실을 살펴보고 있다. /수원=연합뉴스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3월 12일 경기도 수원시 매탄초등학교를 방문해 돌봄교실을 살펴보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앞서 교육부·복지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등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온종일 돌봄(학교나 마을에서 아침·저녁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맞벌이 가정의 육아 부담을 줄이는 사업) 구축을 위해 1조원을 들여 초등돌봄 서비스 이용자를 20만명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2017년 33만명(학교 돌봄 24만명·마을 돌봄 9만명)인 이용자는 2022년 53만명으로 확대된다. 증가 인원 20만명 가운데 학교 운영 돌봄교실과 마을 돌봄이 각각 7만명과 10만명을 추가로 수용하고 나머지 3만명은 지자체 협업 돌봄교실이 맡는 구조다.



정부는 학교 공간을 활용한 지자체 돌봄교실을 새로운 돌봄모델로 내세우며 대대적 홍보에 나섰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만큼 예산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복지부 국고 보조금이 지자체 온종일 돌봄 시범사업 예산(80억원)의 절반도 안 되는 데다 교육청은 내년 예산안에 관련 사업비를 전혀 편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사업 설명이 내려온 게 없어 예산편성 자체가 안 돼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예산안이 심의를 거쳐 확정돼야 사업계획을 교육청, 지자체에 알릴 수 있다”면서 “교육부와 협의해 추후 사업 계획을 알리겠다”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국고 사업에 적극 나설지도 미지수다. 국고 지원을 받더라도 지자체가 운영비 절반을 책임져야 하고 지자체로의 돌봄 이관을 반대하는 학교 돌봄 전담사와의 마찰도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국 228개 기초 지자체 가운데 직영 학교 돌봄교실을 운영 중인 곳은 서울시 중구, 충남 홍성군, 울산 남구 등 일부에 불과하다. 서울 중구는 시내 25개 자치구 중 재정자립도 2위일 만큼 재정 여건이 양호해 학교 돌봄에 연간 수십억원씩 돈을 댈 수 있지만 대부분 지역은 재정난으로 허덕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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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돌봄 전담사들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총파업에 돌입하며 ‘돌봄교실 민영화 저지’와 ‘8시간 전일제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초등 돌봄 전담사들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총파업에 돌입하며 ‘돌봄교실 민영화 저지’와 ‘8시간 전일제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돌봄 책임과 예산이 법제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돌봄 사업을 둘러싼 정부·교육청·지자체 간 마찰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박근혜 정부도 무상 초등돌봄 전 학년 실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예산 부족에 허덕이며 결국 파행을 겪었다. 현 정부 들어서도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둘러싸고 정부·교육청·지자체 간 충돌이 이어졌고 최근 돌봄노조가 학교 돌봄의 지자체 이관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벌여 정부와 학교가 갈등을 겪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에 특별교부금 지원도 검토할 것”이라며 “지자체와 교육청에 협업 돌봄 참여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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