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發 제재 등 첩첩산중...바이든, 이란과 핵합의 복귀 쉽잖을듯

[글로벌 What] 美-이란 관계개선 가능성은

바이든 "이란핵 협력" 밝혔지만

이란, 관련 합의사항 준수 않고

합의파기 따른 피해 보상 요구

일부 제재완화에 그칠 가능성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하거나 파기한 다자협의체에 서둘러 재가입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대(對)이란 정책의 핵심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란 핵 합의)’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긴 대이란 제재와 내년에 치러지는 이란 대통령선거 등 장애물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란 핵 합의는 ‘미국 정상화 계획’을 세운 바이든 당선인을 끝까지 괴롭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이란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가 이란 핵과 관련해 다시 협력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란 핵 합의는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으로 일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성과여서 바이든 당선인에게도 의미가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란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 핵 합의에 재가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난 2015년 핵 합의 체결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이 합의를 준수해야만 후속 협정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재 이란은 합의를 준수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1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핵 합의에서 설정한 저농축 우라늄 비축 한도의 12배가 넘는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이란은 우라늄 농축 농도 역시 핵 합의로 허용된 3.67%보다 훨씬 높은 4.5%까지 끌어올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9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어떤 경우에도 핵 합의 조건을 재협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란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핵 합의를 파기한 데 따른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오바마 행정부와의 기본 약속이었던 핵 합의조차 준수되지 않는 상태에서 미국이 이전 조건 그대로 핵 합의에 복귀하기에는 특별한 명분이 없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중동 문제 관련 고문이었던 로버트 말리는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며 “(오히려) 사태가 더 악화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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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바이든 당선인이 핵 합의 논의를 적극 추진한다고 해도 걸림돌이 많다. 8일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이란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연이어 단행하겠다고 경고했다. 매체는 이 같은 제재가 “바이든 행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세례’는 후임 정부가 핵 합의를 쉽게 되살리지 못하도록 하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여기에 더해 14일 기준 상원 100석 중 50석을 확보한 공화당이 결국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게 될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도모하는 대이란 정책이 쉽게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알자지라방송은 전했다.

겉으로는 핵 합의 재가입을 촉구하는 이란의 속내도 복잡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내년 6월 대선을 앞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으로서는 당장 핵 합의 재가입 논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섣불리 합의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FT의 진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과 미국 제재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져 대선 결과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상태에서 괜히 핵 합의 논의를 진행했다가 상대 정권에 선물을 안겨주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제사회에서는 결국 바이든 당선인이 대이란 제재 중 일부만 해제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역시도 이란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보다는 이란 정책을 함께 다루는 동맹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다.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정책을 비판한 것도 미국이 동맹국들로부터 따돌림당하는 계기 중 하나가 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유럽외교협회(ECFR)의 이란 전문가인 엘리 제란마예도 이러한 점을 언급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합의 재가입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의 당선으로 미국·사우디아라비아의 ‘밀월’ 관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CNBC는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차기 행정부 수반으로 취임하면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과 사우디와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임 오바마 정부도 사우디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란과 JCPOA를 성사하면서 관계가 멀어졌다.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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