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최근 논란이 된 ‘16개월 입양아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2회 신고에 멍·상흔 등 의심 정황이 나오면 즉각 부모와 아동을 분리조치 하도록 일선 경찰에 지시했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은 1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현장에서 학대 혐의 입증이 다소 어렵더라도 아동 보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분리조치 하라고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이 아동학대 관련 적극 대처에 나서는 것은 지난달 서울 양천구에서 벌어진 16개월 입양아 A양 사망 사건에서 초동조치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A양은 지난 1월 현재 부모에게 입양됐는데, 이후 A양이 아동 학대를 당하는 것 같다는 의심 신고가 세 차례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그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A양을 부모에게 돌려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송 차장은 “사건 발생 후 여성청소년 및 감찰 기능이 합동으로 1~3차 사건처리 접수 전반에 대해 집중 점검했다”며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판단돼 서울청에 감찰 조사를 의뢰했고, 제대로 관리가 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학대 판단이 모호한 경우 즉시 분리를 하는데 한계가 있어 복지부와 함께 ‘즉각 분리제도’에 대한 법적근거 마련도 추진 중이다. 현 ‘아동학대처벌법’상 학대 정황이 있으면서 상황이 위중할 때만 부모와 아이를 분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경찰은 학대가 있었는지 조사를 할 때도 가해자로부터 아동을 즉시 분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착수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적 근거 마련에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현 법령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피해아동 보호조치를 강화하도록 하겠다”며 “2회 이상 신고된 사안에 대한 전수점검을 반기별 1회 이상으로 정례화 해 학대 정황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관련 전문가와 합동회의를 거쳐 분리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송 차장은 “학대예방경찰관(APO)이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를 담당하는데 이들의 전문성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