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전미총기협회 창설

1871년… 민간 총기규제 주장도




3억9,335만정. 미국 민간 총기류 합계다. 인구보다 많다. 100명당 평균 122정을 갖고 있다. 총이 많으니 사고도 잦다. 1968년부터 2017년까지 총기류 자살·사살이 160만명에 이른다. 2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미군 전사자 40만명을 몇 배나 웃돈다. 해마다 총에 맞아 죽는 어린아이들도 100명이 넘는다. 총기 난사 사건도 툭하면 터진다.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 규제 논쟁이 일지만 그때뿐이다.

미국인들은 왜 총기 규제를 실행하지 못할까. 겉에 드러난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논란이 팽팽하다. ‘총기가 범죄를 유발한다’는 입장과 ‘총기야말로 평등과 자유의 보루’라는 견해가 맞선다. 둘째, ‘전미총기협회(NRA)’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압력 단체로 손꼽히는 총기협회는 막대한 정치자금을 뿌리며 고비 때마다 총기 규제 움직임을 무력화시켰다. 미국인들이 총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건국정신과 역사가 배어 있어서다.


총기 소유의 사상적 뿌리는 영국의 사회계약론자 존 로크를 향한다. ‘천부의 권리인 사유재산권과 생명을 억압하는 정부는 타도 대상이며 시민은 저항권을 가진다(정부론)’는 로크의 생각은 독립선언서에도 담겨 있다. 건국 초기 연방정부의 권한이 과도하다는 주장에 따라 주 민병대의 무장권을 인정한 수정헌법 2조 역시 로크의 연장선이다. 식민지 정착과 서부 개척 과정에서 개인 무장은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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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두 가지 측면에서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첫째는 정치 지형의 변화. 총기 소유를 옹호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와 총기 소유에 부정적 입장인 조 바이든의 당선에 따라 총기 규제가 탄력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둘째, 총기협회의 힘이 이전만 못하다. 부패 논란을 둘러싸고 협회 지도부의 내분이 일고 민주당이 장악한 뉴욕주는 총기협회 해산까지 추진하는 판이다.

총기협회로서는 최대 위기를 맞았으나 따져보면 창설 당시로 돌아가는 셈이다. 총기협회는 ‘장병들의 형편없는 사격술’에 한탄하던 북군 출신 장군들이 사격훈련을 위해 1871년 11월17일 결성한 예비역 단체. 민간의 총기 소유를 억제해달라고 청원한 적도 있다. 1970년대 이전에는 대표적인 총기 규제 찬성 단체였다. 정치권과 협회가 변하면 총기가 덜 팔릴까. 천만의 말씀이다. 올해 미국 내 총기 판매는 전년보다 91%나 늘었다.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지며 규제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를 막론하고 총을 산 결과라고.
/권홍우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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