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도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자금을 마련하려는 저신용도 기업들의 움직임이 발 빠르다. 올해 회사채시장에 단비 같았던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운영 종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추가 지원을 받아 미리 자금을 조달해두려는 의도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042670)는 다음달 1,500억원 규모로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지난달 21일 1,300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한 달도 되지 않아 추가 발행을 결의한 것이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CJ CGV(079160)도 다음달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구체화했다. 공모채 발행은 지난 2015년 이후 5년 만이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큰 폭의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차입 규모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직영점 42곳의 영업을 중단하는 등 자구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고정비 부담이 큰 탓에 자금 확충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두산(000150)(BBB)과 SK건설(A-)도 이달 SPV의 지원을 받아 각각 1,500억원, 1,000억원을 조달한다.
회사채시장 비수기인 연말을 앞두고 이들이 회사채 발행에 속도를 내는 것은 내년 초로 예정된 SPV 매입 종료를 앞두고 자금을 최대한 확보해두기 위해서다. 7월 3조원 규모로 출범한 SPV의 운영 기한은 6개월로 내년 1월13일 종료된다. 분기보고서 제출과 기업 결산 시기를 제외하면 이들이 SPV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11월 말부터 12월 초, 그리고 내년 1월 초가 유일한 셈이다.
아직 하위 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풀리지 않은 만큼 정부 지원이 줄어들 경우 시장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회사채 미매각 물량은 약 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4,700억원)를 이미 훌쩍 넘었다. 코로나19 여파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신용평가사들도 추가적인 등급 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박세영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실장은 “코로나19 이후 영업기반 유지 가능성과 중단기적 수익창출능력 등을 평가해 등급을 대거 조정할 계획”이라며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생산·보급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를 완화하는 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