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1,137원70전에서 이날 장중 1,105원40전으로 8거래일 만에 30원 넘게 하락했다.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으로 달러 약세가 이어지자 원·달러 환율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환율 변동 폭이 확대되자 외환당국도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날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환율 변동이 과도한 수준”이라며 “인위적인 변동 확대 유도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불안감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보유 중인 달러를 이용해 미세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시장에 경고한 것이다. 구두개입 이후 장중 실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은 1,109원60전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달러 약세 흐름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원화 강세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대선의 불확실성이 사라진데다 미중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원화 투자 심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를 이어가며 원화 강세에 불을 붙이고 있다. 문제는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의 채산성 악화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수출물량 회복이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상황에서 원화 강세는 물가효과를 과도하게 위축시켜 경기부진 장기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당국이 공개적으로 구두개입에 나선 만큼 추가 환율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외환시장에서는 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선 1,105원이 방어선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형성된 상황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8년 북미 대화 당시 글로벌 환율 동향과 무관하게 원·달러 환율이 1,050원까지 떨어졌다”며 “향후 1,105원이 깨지면 1,050원이 새로운 레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당국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