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다시 한 번 방한을 추진한다.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계기로 한국을 상대로 세(勢) 몰이에 나서는 분위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 조율이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왕 부장과 시 주석 방한 모두에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달 말께 한국과 일본을 잇따라 순방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소식통은 “왕 부장이 중국의 외교 전략을 위해 이달 말께 한국과 일본을 찾는 쪽으로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고위급 방한은 늘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왕 부장의 한국 방문 목적은 시 주석의 연내 방한 일정을 본격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늦어도 내년 1월20일로 예상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까지는 시 주석 방한이 성사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동맹 전선을 앞세운 대(對)중국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 15일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RCEP에 한국·일본을 모두 참여시킨 데 이어 17일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21~22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서도 우군 확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왕 부장은 10월에도 한 차례 방한을 추진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이 취소되자 자신의 일정도 연기한 바 있다. 왕 부장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8월 한국을 찾았다.
다만 왕 부장과 시 주석의 방한 추진 과정에서 일일 확진자가 200명대까지 늘어난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진단됐다. 코로나19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시 주석이 방한을 통해 ‘한한령(限韓令)’ 완전 해제를 천명하더라도 그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강 장관도 지난 12일 방미 후 귀국 길에서 “아직 구체적인 날짜 조율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라며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조속히 한다는 원칙을 기본으로 양측이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