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에 대해 ‘요기요’를 팔라는 조건을 내걸면서 업계에서는 양사의 결합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은 이번 기업결합의 의미를 퇴색시켜 사실상 ‘불허’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조건을 제시하자 DH 측은 16일 “(요기요를 매각하게 되면) 기업결합의 시너지를 통해 한국 사용자들의 고객 경험을 향상하려는 딜리버리히어로의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어 음식점사장님·라이더·소비자를 포함한 지역사회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양사의 결합으로 경쟁제한 및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차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월간 실사용자) 배달 애플리케이션 업체 점유율은 배달의민족 59.7%, 요기요 30.0%, 배달통은 1.2%다.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90.9%로 명백한 독과점 사업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쿠팡이츠나 위메프오 등 신규 사업자들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기업결합에 제동을 걸 명분이 약하다고 주장한다. 양사의 점유율 90.9%는 지난해 12월 기준 98.7%였던 것에 비해서는 약 8% 내려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음식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쿠팡이츠·위메프오 등의 후발 주자가 성장한 영향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올해 8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 늘어 배달통을 제치고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위메프오의 MAU도 같은 기간 약 7배 늘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최근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롯데나 신세계 등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까지 음식 배달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이라며 “현재의 점유율만으로 시장의 독점적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안일한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을 오히려 저해하는 결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민과 요기요의 결합은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으로부터 기업 가치를 높게 인정받고, 경영권까지 확보해 해외에 진출하는 선구적 사례”라며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스타트업을 키우겠다는 국가에서는 나올 수 없는 행동”이라고 토로했다.
이뿐만 아니라 우아한형제들의 글로벌 진출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우아한형제들과 DH는 양측이 50대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합작회사(JV)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고 아시아 11개국 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바 있다. 합작회사 총괄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맡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만약 DH가 이번 공정위의 결정으로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포기하게 된다면 이 같은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은 사실상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한편 공정위 측은 DH가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결합 승인 조건을 공개하자 난처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 인수 관련 조건 등은 전원회의에서 공개될 것이며 그 이전에 언급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다음달 전원회의에 DH의 배달의민족 합병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공정위가 전원회의 상정 전까지 기업결합 승인 조건을 변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때문에 전원회의에서 공정위와 DH 간 날선 공방이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백주원기자·세종=양철민기자 jwpai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