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광화문에 이르는 양방향 도로를 동쪽으로 모으는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의 첫 삽을 떴다. 서울시민에게 광화문광장을 돌려주겠다는 계획이지만 시민단체들은 시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며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16일 서울시는 지난 9월 말 발표한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을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세종대로 사거리~광화문 구간의 광장 동측 차로를 양방향 7~9차로(주행차로 수 기준 7차로)로 확장하는 게 골자다. 세종문화회관 방향의 서측 도로는 공원을 품은 광장으로 바뀌고 지하공간은 대규모 개발이 아니라 현재 지하에 위치한 해치마당을 단장하는 수준에서 진행한다.
서울시는 우선 1단계 공사로 내년 2월까지 광화문광장 동측 차로의 확장 및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현재 서측 차로로 다니는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서측 차로의 차량통제 시기는 향후 동쪽 차로의 차량흐름을 봐가며 결정할 방침이다. 광장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공사는 내년 5월부터 10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교통대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공사기간에 현재 수준의 통행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1개 차로만 점유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광화문광장을 통행하는 차량과 대중교통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합 교통대책도 수립하기로 했다. 서울지방경찰청과 합동으로 광화문광장 교통관리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도 운영한다. 문화재청 소관인 경복궁·광화문의 월대 복원과 주변 정비사업도 정부와 협의해 체계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5개월여 남기고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 5월 서울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며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광화문광장은 2009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총사업비 700억여원을 들여 조성됐다.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도시연대·문화도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성명을 내고 “시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8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들여 시민사회와 논의 없이 기습적으로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을 강행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서울시는 2016년부터 300여차례에 걸쳐 시민사회와 소통했다고 주장하지만 시민단체가 제기한 의견들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은 서울시 역사 도심 기본계획과 녹색교통진흥지역 특별종합대책을 토대로 ‘광화문 일대 역사성 회복’과 ‘한양도성 내 보행공간 확충’이라는 시정의 연장선상으로 추진됐다”며 “서울 도심의 심장부인 광화문광장이 회색을 벗고 녹색의 생태 문명거점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성·허진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