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기자의눈]혜민스님의 멈춤에 기대하는 것들

최성욱 문화레저부




종교인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혜민스님이 최근 부동산을 둘러싼 구설에 휩싸였다. 이른바 ‘풀(full)소유’ 논란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평소 그가 강조해온 ‘무소유’ ‘내려놓음’과 같은 주제와 배치되는 행보라며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지난 7일 혜민스님의 자택이 공개된 한 방송 프로그램이다. 방송에는 혜민스님이 남산이 보이는 이층집에서 값비싼 전자기기를 익숙하게 사용하며 스타트업으로 출근하는 일상이 담겼다. 우리가 기대했던 스님의 일상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서울 한복판 ‘남산타워 뷰’의 전망 좋은 집 주인이 스님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송 직후 SNS상에는 ‘무소유가 아닌 풀소유’ ‘속물’ 등 혜민스님을 비판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결국 ‘푸른 눈의 수행자’로 유명한 현각스님까지 나섰다. 현각스님은 자신의 SNS를 통해 “(혜민스님은) 연예인일 뿐”이라며 “일체 석가모니의 가르침 전혀 모르는 도둑놈일 뿐”이라고 혜민스님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혜민스님은 “승려의 본분사를 다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 크다”면서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다”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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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에 대한 대중의 실망은 비단 혜민스님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도 돈과 권력을 둘러싼 종교인들의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사회적인 비난이 쏟아진 적이 있다. 대중을 향해 청정한 삶을 권하지만 정작 자신은 잇속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일부 종교인들의 이중적인 태도는 깊은 실망감을 넘어 종교에 대한 거부감으로까지 확산하곤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신천지 사태’와 ‘개신교 대면 예배 강행’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사회적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종교계에 이번 일이 또 하나의 악재가 될까 우려된다.

‘무소유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닌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혜민스님의 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속 글귀다. 이 시대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종교인들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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