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컴퓨터 시장 선두기업에서 2000년대 중반 부도 직전까지 갔던 삼보컴퓨터가 공공 납품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공공 납품 시장은 경기를 잘 타지 않아 안정적인 데다 납품가격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삼보컴퓨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큰 타격 없이 8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삼보컴퓨터에 따르면 올 3·4분기까지 누적으로 8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누적 영업이익은 62억원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간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1980년 청계천에서 창업한 삼보컴퓨터는 한국 최초 컴퓨터 SE-8001을 만들며 국내 초창기 컴퓨터 시장의 선두기업이었다. 1997년 매출액 1조 원을 기록한 이후 3년만인 2000년 매출액 4조 원을 돌파하면서 급성장세를 보였다. PC 시장에서 삼보컴퓨터를 대적할 상대가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시티폰, 초고속 인터넷, 케이블방송 등 무리한 투자로 부채가 늘면서 2005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정관리 후 회사 주인이 몇 번 바뀐 후 결국 창업자 이용태 전 대표의 아들인 이홍선 대표가 회사를 최종 인수했다.
2012년 삼보컴퓨터에 터닝포인트 기회가 찾아왔다. 2010년 이후 대기업 PC 제품이 정부 납품 시장에서 제외되면서 삼보컴퓨터에 뜻밖의 기회가 생겼다.
당시 인력, 매출, 자본금 등 기준으로 삼보컴퓨터는 중견기업으로 분류 됐지만 공공 납품 시장 참여를 위해 자발적으로 몸집을 줄여 중소기업 ‘자격’을 얻었다. 전략은 주효했다. 매년 적자를 기록해 온 삼보컴퓨터는 공공납품 시장 진출 이후인 2013년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해 지금까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도 삼보컴퓨터 매출 90% 이상은 관공서나 학교 등 공공기관 납품 시장에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큰 어려움을 겪었던 삼보컴퓨터가 B2C 시장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공공 납품 시장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코로나 19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10년 전 스스로 몸집을 줄여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