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똑같은 피의자 방어인데, 그때그때 다른 법무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수사상 긴급통신제한조치라도 36시간 이내 법원 허가를 받지 못하면 취득한 자료를 폐기해야 한다’는 방안을 추진하자 법조계 일각에서 피의자 방어권을 놓고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앞서 휴대폰 비밀번호를 강제로 해제한다는 일명 ‘한동훈 금지법(비밀번호 공개법)’ 추진을 지시했다. 이는 피의자 방어권보다는 수사 기관의 수사를 우선시한 법적 추진이다. 하지만 이날 입법 예고한 법률 내용이 피의자 방어권 확립에 맞춰져 있어 법무부가 잘못된 법적 해석으로 피의자 방어권 등을 두고 아전인수격으로 법을 바꾸고 있는 게 아닌지 비판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16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음모행위나 사망·상해 위험, 조직범죄 등 긴박한 상황이 인정될 때에는 감청, 전기통신(전화) 개시·종료시간, e메일, 위치추적 등 자료를 긴급통신제한조치로 확보할 수 있었다. 단 법원 허가를 얻는다는 조건이었다. 36시간 이내의 단시간인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 없었다. 짧은 시간 내 이뤄진 긴급통신제한조치의 경우 선(先)조치 이후 허가가 아닌 해당 수사기관장이 법원에 보고만 하면 허용됐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간과 관계없이 모든 긴급통신제한조치는 법원 허가가 이뤄져야만 증거로서 유효하다. 법원 허가 없이 긴급통신제한조치로 취득한 자료는 즉시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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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추 장관이 앞서 지시한 휴대폰 비밀번호 공개법이 현재 법무부가 추진 중인 피의자 방어권 보장 등 인권 보호와 같은 검찰 개혁과 일치하지 않느냐는 점이다. 추 장관은 앞서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휴대폰 비밀보호가 법적으로 해제해야 한다며 이를 법제화하는 방향을 지시했다. 그러나 유사한 시기 입법 예고한 법안은 추 장관 지시한 비밀보호 공개법과는 다른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정기관 수사에 대한 법원 통제를 강화한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기는 하나, 이는 비밀보호 공개법을 추진하라는 추 장관의 지시와는 180도 다른 내용이라 법무부가 피의자 방어권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법을 바꾸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한쪽에서는 피의자 방어권을 강화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입맛대로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추 장관이 앞서 16일 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밀번호 공개법을 계속 추진하려는 의사가 있느냐’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법안을 말씀드린 게 아니”라고 밝힌 점도 다소 유보적 입장을 보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이어 “기업 범죄 같은 경우도 해외에 서버를 두고 패스코드로 관리하면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도 밝혀낼 수 없다”며 “그래서 디지털 시대에 대비한 연구를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는 앞서 추 장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껍데기 전화기로는 더 이상 수사가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다”며 법안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것에서 다소 유보적인 답변이다. 진보 시민단체, 여당은 물론 법조계까지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자 다소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변협은 이날 공식 성명서에서 “(추 장관의 지시가) 헌법상 보장된 자기부죄 거부의 원칙, 진술거부권 및 피의자 방어권 등을 침해하는 지시”라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이 같은 지시를 내린 추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 장관이 주장하는 내용이 조금 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은 하나의 판정에 있어 조금은 다른 판정을 내리더라도, 법적 기준은 다를 수 없다”며 “하지만 기준이 다르고 잣대가 다르다면, 최종적인 판단에서도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자라는 측면에서 또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면 안된다는 측면에서 법적 기준을 이야기하더라도 이러한 변화는 그럴 수 없다”며 “피의자 방어권이라는 측면에서 각기 다른 법안이 추진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현덕·손구민기자 always@sedaily.com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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