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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사랑이 일렁이는 바다…떠나는 가을도 출렁였다

■'서해의 보석' 충남 태안 파도리해변

해변 깊숙이 파도·해풍이 만든 해식동굴

늦가을 청명한 하늘과 쪽빛 바다 어우러져

마치 하와이 연상…연인들 '인생샷' 명소로

300~400m 아담한 백사장 '감성 충만'

해안가 끝 갯바위선 낚시꾼들 '손맛 충전'

인적 뜸한 등대섬 옹도 오르니 가슴이 뻥

파도리해변 해식동굴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인생사진 명소로 유명하다. 아치형으로 난 동굴 안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누구나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다.파도리해변 해식동굴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인생사진 명소로 유명하다. 아치형으로 난 동굴 안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누구나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다.




파도리해변 한쪽에는 이렇게 고운 모래로 뒤덮힌 백사장이 펼쳐진다. 바닥이 단단해 신발을 신고도 편하게 걸을 수 있다.파도리해변 한쪽에는 이렇게 고운 모래로 뒤덮힌 백사장이 펼쳐진다. 바닥이 단단해 신발을 신고도 편하게 걸을 수 있다.


가을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계절이 빠르게 변했다. 얼마 안 있으면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이다. 더 추워지기 전에 서둘러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단풍놀이를 가기에는 너무 늦었고 매년 이맘때면 전국에서 열리던 다양한 축제도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평소 안 하던 산행에 나서기도 부담스럽다. 여행지를 고르기 가장 어렵다는 비수기다. 여행사도, 여행객도, 모두가 어려운 시기다.

파도리해변에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고기를 가두는 전통작살이 설치돼 있다.파도리해변에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고기를 가두는 전통작살이 설치돼 있다.


장고를 거듭한 끝에 찾아간 곳은 충남 태안이다. 가을 전어도 끝나가는 지금 태안을 찾은 이유는 바다였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검은 갯바위와 은빛 모래 해변, 깎아지른 듯한 황토색의 해안절벽과 해식동굴, 사람의 발길이 끊긴 한적한 등대섬까지.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지점에 자연이 빚어낸 오묘한 색의 조합이 철 지난 바닷가로 여행자들을 이끌고 있다. 늦가을 바다는 코로나19 시대에 인파를 피해 한적함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이토록 장황한 설명의 주인공은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해변이다. 만리포·천리포는 들어봤어도 파도리는 생소하다. 파도리는 태안반도 남서쪽 제일 끝자락에 붙어 있는 작은 백사장과 갯바위가 어우러진 소박한 어촌마을이다. 거친 파도소리가 그치지 않는다고 해 파도리라고 이름 지었을 정도로 파도가 거세다. 태안에서도 가장 늦은 지난 1980년 해수욕장이 문을 열었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한 곳이다.

여행자들에게 관심 밖이던 파도리해변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해식동굴 앞 은빛 모래 백사장과 뒤에 자리한 검은 갯바위, 에메랄드빛 바다가 마치 하와이나 사이판 같은 해외 휴양지를 떠올리게 하면서 파도리해변은 하늘길이 막힌 코로나19 시대에 ‘인생샷’ 명소로 떠올랐다.

해식동굴은 파도리해수욕장을 다녀간 이들조차 잘 모를 만큼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다. 파도리 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해변으로 걸어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인 해식애가 펼쳐진다. 간조 때면 바닷물이 빠지면서 해안절벽 아래 거친 표면의 파식대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데 백사장을 지나 파식대를 올라타고 10분 정도 걸어가야 사진 속 명소인 해식동굴을 만나볼 수 있다.


거친 파도와 해풍에 깎인 크고 작은 동굴 중에 사람이 들어가 설 수 있는 크기의 동굴은 딱 하나다. 두 개의 아치형 동굴 안쪽에서 바라본 바다는 늦가을 청명한 하늘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진을 찍을 때는 밖에서 안을 찍는 것보다 안에서 밖으로 얼굴이 보일 듯 말듯 실루엣 사진을 찍는 게 좋다. 다만 간혹 떨어지는 동굴 내 낙석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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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절벽 틈새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해국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채 꽃을 피웠다.해안절벽 틈새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해국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채 꽃을 피웠다.


파도리해변은 자연산 굴과 조개·해초류를 만나볼 수 있는 자연 생태학습장이기도 하다. 파식대를 따라 바다 쪽으로 나가면 새까맣게 그을린듯한 파식대 위를 흰색의 자연 굴이 뒤덮고 있고 한쪽에는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전통작살이 설치돼 있다. 잘 찾아보면 암벽에 매달려 해풍을 맞고 자란 해국도 찾아볼 수 있다. 만조 때는 해안절벽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기 때문에 서둘러 이동해야 한다.

파식대를 빠져나오면 아담한 백사장이 펼쳐진다. ‘쏴아’ 밀려드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안가를 산책하기 좋다. 파도리해변은 오랜 시간 파도에 깎여 반들반들한 해옥(海玉)으로도 유명하다. 외부로 가져가는 것은 금지돼 있고 마을 입구 해옥전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300~400m 남짓한 백사장 끝까지 걸어가면 암벽 같은 커다란 갯바위가 해안가를 막고 서 있는데, 낚시꾼들이 갯바위 낚시를 위해 찾는 포인트다. 주로 놀래기와 우럭 등이 잡힌다고 한다. 파도리해변은 만리포항에서 출발하는 태안해변길 3코스 ‘파도길’의 도착지이기도 하다.

파도리해변을 찾아가려면 모항파도로를 따라가다 한남슈퍼가 있는 갈림길에서 파도리초등학교(폐교) 방면으로 우회전해 마을을 통과하면 된다. 마을이 바다를 가리고 있고 진입로가 좁아 밖에서는 여기가 해변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멀리서 찾아왔다가 엉뚱한 곳에서 바다만 보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내비게이션에 ‘파도리초등학교’라고 검색하면 헤매지 않고 바다 바로 앞까지 갈 수 있다.

멀리서 본 옹도는 그 모양이 마치 옹기 같다고 해 이름 붙여졌다. 하지만 측면에서 본 옹도는 고래가 물위에 떠 있는 모습에 더 가깝다. 등대는 고래의 등에 물을 뿜는 위치와 정확히 일치한다.멀리서 본 옹도는 그 모양이 마치 옹기 같다고 해 이름 붙여졌다. 하지만 측면에서 본 옹도는 고래가 물위에 떠 있는 모습에 더 가깝다. 등대는 고래의 등에 물을 뿜는 위치와 정확히 일치한다.


여행객이 잠잠해진 태안 바다의 또 다른 볼거리는 충남 유일한 유인 등대섬인 옹도다. 옹도는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로 등대가 세워진 1907년부터 2013년까지 106년간 외부의 출입이 금지된 곳으로 유일하게 등대지기만 이 섬을 지켜왔다. 팔미도등대(1903년), 가거도등대(1907년)와 함께 초기에 세워진 등대 중 하나다.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등대 16경 중 하나로 꼽히면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2013년 처음 섬이 개방되면서 동백꽃 필 무렵인 초봄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지난 2013년 개방한 옹도는 산책로를 설치해 섬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북쪽으로 주변 섬을 조망할 수 있다.지난 2013년 개방한 옹도는 산책로를 설치해 섬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북쪽으로 주변 섬을 조망할 수 있다.


옹도로 가는 길은 안흥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이 유일하다. 배를 타고 30분 거리인 옹도는 선착장에서 시작되는 산책로가 섬 좌우로 연결돼 있다. 길 중간중간 만나는 동백꽃 터널과 멀리 보이는 가의도·궁시도·목개도·정족도 등 주변 섬들이 볼거리다. 옹도 여객선을 타고 다시 육지로 나오는 길에는 사자바위와 거북바위·코바위 등 주변 바위섬을 관람할 수 있다. 옹도행 배는 안흥항에서 하루 세 차례 운행하지만 섬에 정박할 수 있는 입도 유람선은 딱 한 번만 있다. 또 승선인원 최소 20명이 돼야 배가 뜬다고 하니 비수기 때는 운이 좋아야만 가볼 수 있는 섬이다.
/글·사진(태안)=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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