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경제성 평가 무시한 월성과 판박이..."與에 부담으로 남을 것"

[정치논리에 또 뒤집힌 동남권 신공항]

MB·朴정부도 용역심사 결과 수용 공약 폐기했는데

후보지 평가 1위였던 김해공항 확장 4년만에 뒤집어

"희망고문 끝내겠다"...이낙연도 가덕도신공항 힘실어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경제성보다 지역과 정치논리가 대형 국책사업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집권여당이 국토교통부의 입지 재선정 절차마저 생략한 채 가덕도신공항으로 여론몰이에 나서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지난 2016년 프랑스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영남권신공항 후보지를 평가한 결과 김해공항 확장이 압도적 1위를 기록한 가운데 그 뒤를 이어 경남 밀양, 가덕도 순으로 집계됐다. 결국 경제성에서 1위였던 김해신공항 계획이 백지화되고 3위였던 가덕도신공항이 추진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경제성 평가를 무시한 채 추진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사례와 함께 여권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안전성을 이유로 김해신공항 안을 백지화했다. 검증위는 안전성 문제와 함께 ‘공항 시설 확장을 위해서는 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제처 유권해석을 인정, 김해신공항안에 절차적 흠결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치권 관계자는 “백번 양보해 안전성에 방점을 둔 결정이라고 해도 여당이 가덕도를 신공항 입지로 낙점한 점은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과거 정권의 경우 표 득실을 따져 대선공약으로 내세우더라도 경제 타당성 면에서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승복한 것과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동남권신공항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지만 용역심사 결과 경제 타당성이 부적합하자 이를 받아들이고 공약을 폐기 또는 수정했다. 논란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6년 노 전 대통령은 부산 북항 재개발 종합계획 보고회 자리에서 “지금부터 (가덕도신공항을) 공식 검토해보도록 합시다”라고 지시했고 다음 해인 2007년에는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 이명박 정부는 신공항 타당성과 입지 조사를 위한 2차 용역에 착수했다. 후보지가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로 압축된 것은 2009년 12월. 용역 결과 밀양과 가덕도 모두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2011년 3월 당시 동남권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가 경제성(40점), 공항운영(30점), 사회환경(30점) 등 총 3개 항목으로 두 개 후보지를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밀양은 39.9점, 가덕도는 38.3점을 받았다. 둘 다 50점에 미치지 못해 공항 입지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실제 배점이 가장 높은 경제성 분야에서 가덕도는 12.5점, 밀양은 12.2점을 얻는 데 그쳤다. 결국 2011년 3월 이 전 대통령은 동남권신공항 건설 백지화 결정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하면서도 국익을 위한 공약 불이행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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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 시기에도 동남권신공항은 논란은 계속됐다. 역시 박 전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인 2012년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공약했고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3년 8월 영남권 항공수요 재조사에 착수했다. 지역 갈등이 극에 달하자 2016년 ADPi에 타당성 조사를 맡겼다. 용역 결과는 2011년 평가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김해신공항 건설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대선공약의 폐기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했다.

일단락됐던 신공항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 자체 검증단을 꾸리면서 다시 소용돌이쳤다. 이후 총리실 검증위가 검증절차가 들어갔지만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여당의 압박은 커졌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최근 “희망 고문을 끝내겠다”며 가덕도신공항에 힘을 싣는 발언을 했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시 부산을 찾아 “우리 당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경제성 원칙을 존중해 대선공약도 폐기했던 과거와 달리 현 집권세력은 오로지 선거와 정치논리로 대형 국책사업을 흔드는 모습”이라며 “결국 가덕도신공항을 보궐선거에 십분 활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종호기자 세종=조양준기자 joist1894@sedaily.com

송종호·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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