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로터리] 비대면으로 연구도 가능할까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폭풍은 연구계도 피할 수 없었다. 연구활동을 하려면 연구자들이 모여 회의하고 실험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 모든 과정을 만나지 않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덕분에 연구소에 출근하면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해외 기관은 폐쇄돼 연구원들이 자택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좋은 연구를 위해서는 국내외 전문가들과 자주 만나고 소통해야 하지만 이런 활동이 제한되다 보니 연구도 위축되고 있다. 비대면으로도 타 기관 연구자들과 활발히 협력할 수 있도록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던 끝에 ‘버추얼랩’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에서 올 9월부터 출범한 버추얼랩(Virtual Lab)은 가상이라는 뜻의 ‘Virtual’과 연구실을 의미하는 ‘Lab’의 합성어다. 바로 온라인가상회의·클라우드 등 자료 공유시스템을 활용한 플랫폼 기반의 연구그룹을 말한다. 버추얼랩장은 외부기관 전문가로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KRISS 연구진은 버추얼랩 협력 수행 책임자로서 운영 실무를 담당한다. 연구원은 온라인상으로 시공간적 제약이 없이 회의·세미나·자료공유 등의 협업이 상시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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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랩’이지만 가상공간에서만 연구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오프라인에서도 서로 협력하고 회의나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연구 협력을 지속할 수 있어 이를 통해 나올 결과물에 대한 기대가 크다. 버추얼랩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오프라인 협력에 대한 요구도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과 온라인 활동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지만 사람들은 더욱 직접적인 대면과 인간적인 소통을 원하고 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연구활동에서도 마찬가지다.

‘언택트(비대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던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발간한 ‘트렌드코리아 2021’에서 내년에 대두될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휴먼터치(Human Touch)’를 제시했다. 인간적 접촉을 배제하는 언택트 문화에서 인간적인 요소가 더 중요해지는 역설적 상황이라는 것이다. 언택트 기술을 필요한 순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오프라인의 가치를 지혜롭게 접목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가상공간에서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연구 협력을 수행하며 오프라인에서 인간적 접촉을 보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발전시켜나간다면 대면이 어려운 상황에서 난관에 봉착한 연구의 돌파구를 찾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또한 연구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지속적으로 상호 이해하고 격려·신뢰·공감하면서 서로의 연구에 촉매제 역할을 한다면 탁월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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