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이랜드, 여성복 사업부 매각…SPA브랜드 '스파오' 키운다

사업 확장 실탄...내달 투자의향서

서울 코엑스몰에 있는 스파오프렌즈 매장 전경. /사진제공=이랜드서울 코엑스몰에 있는 스파오프렌즈 매장 전경. /사진제공=이랜드



이랜드가 로엠·미쏘 등 여성복 사업부를 매각한다.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여성복 사업부를 정리해 실탄을 확보하고 최근 주가가 뛰고 있는 SPA 브랜드 스파오의 글로벌 확장과 스포츠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17일 이랜드 관계자는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고 지난 16일 투자설명서를 재무적투자자와 전략적투자자 등에 발송했다”며 “다음달 말까지 투자의향서를 받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매물로 나온 이랜드 여성복 사업부는 이랜드월드의 미쏘·로엠·에블린·클라비스·더블유나인(W9), 이앤씨월드의 이앤씨(EnC) 등 여성복 6개 브랜드다. 연 매출 3,000억원 규모로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성복 사업으로 매출 3,000억원 이상을 올리는 기업은 타임 등을 보유한 한섬과 구호의 삼성물산 등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 여성복은 영캐주얼부터 시니어, 내의부터 SPA까지 모든 아이템과 전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사업 부문”이라며 “전국 500여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해 매수자는 여성복 시장에서 단숨에 선두주자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전했다.


이랜드는 이랜드월드와 이앤씨월드에 분산된 여성복 사업부 매각을 위해 여성복 별도 법인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별도 법인을 구축해 매각할 계획”이라며 “매각 이후에도 여성복 법인은 이랜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관계를 이어나가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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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는 여성복 사업부를 매각하는 이유에 대해 ‘선택과 집중’의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겨울왕국, 펭수와의 협업 등으로 토종 SPA 브랜드 강자로 떠오른 스파오와 중국의 판매권을 확보한 뉴발란스 등 스포츠 부분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랜드가 티니위니와 케이스위스 등 숱한 매각 성공 사례를 남겼던 만큼 여성복 사업부 매각을 통해 또다시 패션 부분의 성장을 이뤄낼 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의 그룹 내 패션 법인을 글로벌 SPA와 스포츠, 여성복 등 3대 사업부로 재편한 후 6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여성복 사업부는 매각한다”며 “글로벌 SPA의 확장과 온라인 대전환을 위한 플랫폼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역시 이랜드의 여성복 사업부 매각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잘 키워서 크게 매각하는 것이 이랜드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티니위니다. 이랜드는 2017년 티니위니를 8,700억원에 매각하며 약 7,500억원의 매각차익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패션브랜드의 국제인수합병 매각가로는 역대 최대규모다. 이랜드는 지난해에도 케이스위스를 약 3,000억원에 매각해 약 1,000억원의 차익을 봤다. 이랜드는 여성복 사업부 매각 이후 국내 토종 SPA브랜드 스파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랜드가 다(多)브랜드 전략을 취해왔다면 이제는 패션분야에서 메가 브랜드 육성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스파오를 유니클로급의 메가 SPA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파오는 론칭 첫해 2009년 매출 100억을 기록한 후 론칭 10년째인 2019년엔 3,200억원으로 32배 성장한 이랜드 패션부문의 신 성장동력이다. 이 과정에서 스파오는 협업계의 강자로 인지도를 높여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에는 토이스토리, 해리포터 2탄, 마리몽과의 협업 상품을 연이어 출시했고 11월에는 ‘겨울왕국 2’, 올해에는 펭수와 손잡으며 협업 시장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8년 기준 스파오 매출은 유니클로에 이은 2위였다”면서 “이랜드로서는 유니클로가 불매 운동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1위 SPA 브랜드로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랜드는 중국 내 온라인 시장 구축을 통해 ‘제2의 중국 전성기’를 맞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1994년 첫 중국 진출 이후 20여 개의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던 이랜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사태를 기점으로 중국 사업의 침체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랜드는 중국 사업을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하며 제2의 전성기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랜드는 중국 온라인 시장의 차세대 전략 플랫폼을 ‘샤오청쉬’로 일찌감치 선정하고 올해 2월부터 전략 집중을 위해 핵심 자원과 자산을 샤오청쉬 중심으로 재편하기 시작했다. 중국 이랜드 관계자는 “기존에 이랜드가 오픈마켓에서 왕홍과 즈보(라이브방송)을 통해 중국 온라인을 공략했다면 이제 샤오청쉬에서 1:1 비대면 온라인 판매를 통해 제 2의 부흥기를 맞이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온라인에서 창출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는 사업구조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올해 광군제에서 하루 간 800억원의 매출을 올려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며 중국 내에서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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