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개최된 한미 양국 경제계 회의에서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이 자국 안보를 이유로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까지 피해를 봤다. 해롤드 킴 미국상공회의소 법률개혁원 대표는 미국의 집단소송제 운영 상황과 도입 이후 빚어진 부작용의 경험을 양국 기업인들과 공유했다. 집단소송제 도입 이후 빚어진 소송 비용 급증과 이로 인한 기업 신인도 하락의 사례가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 상공회의소는 17일 제32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양측 참석자들을 화상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 참석자들은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 모여 회의를 했다. 이날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회의의 첫날에는 한미 경제·통상협력 과제, 기업투자 및 경영환경과 법률 등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회의에서 양국 참석자들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개선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전경련은 “양국 참석자들은 232조에 의한 무역규제 조치가 자유로운 국제통상 질서를 저해하고 한미 경제동맹을 위협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조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232조를 활용해 부과한 관세에 대한 변경 혹은 단계적 철폐 정책을 취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아직도 한국 자동차 업계는 232조와 관련해서 많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국내 분위기를 전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공화당 소속 척 그레이슬리 상원의원이 232조에 대한 대통령의 무제한적 권한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점을 거론하며 “전경련은 232조 개정을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의 수석부회장도 “바이든 당선인 인수위는 미국의 주도권 강화하면서 다자간 접근방식에 적극 참여하고 미국 제조업체나 농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관세 조치를 재평가할 것”이라며 특히 “주요 통상·교역 상대국의 문제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양측 참석자들은 한국에서 도입 논의가 이뤄지는 집단소송제도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한국 측은 기업 경영·투자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우려를 표시했고 집단소송제의 ‘원조’ 격인 미국의 참석자들도 자국 집단소송제의 문제점을 공유했다. 권 부회장은 “미국 집단소송법의 오류가 한국에서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미국에서의 집단소송 문제가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는 것 같으며 기업에 매우 적대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