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공수처장 野 비토권’ 무시하면 중립성 무너진다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 3차 회의를 하루 앞둔 17일 야당의 거부권 무력화를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추천위가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현실적으로 법 개정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관훈토론회 발언은 야당 탓을 넘어 협박에 가까웠다. 그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관련해 “내일(18일)까지 후보를 내주시기 바란다”면서 “그게 안 될 경우에는 법사위에 공수처법 개정안이 가 있다”고 압박했다. 18일까지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무산되면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 비토권 무력화 수순을 밟겠다는 얘기다. 공수처장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장치를 무력화해서라도 공수처를 서둘러 출범시키겠다는 여당의 조급성을 읽을 수 있다.


야당의 비토권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현재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 최종 후보 2인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려면 여야 교섭단체 각각 2명씩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 공수처장 추천위원 6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야당 교섭단체가 추천한 2명이 모두 반대할 경우 후보 추천이 불가능하므로 야당에 비토권이 주어진 셈이다. 이런 안전장치가 제거된다면 공수처는 집권당을 비롯한 특정 정파에 휘둘리게 돼 독재의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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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여당이 법 개정을 강행한다면 살아 있는 권력 비리 수사를 막고 비판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 출범을 서둘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흔들기에 대응했을 뿐인데도 이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윤 총장이 그 자리에 있는 한 공직자로서 합당한 처신을 해야 한다”며 추 장관을 거들었다. 여권이 진정 권력기관 개혁을 추구한다면 더 이상 정치 논리로 검찰과 공수처를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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