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도 너무 큰 관우 청동상을 어떻게 옮기나.”
중국 지방 정부들의 대표적인 혈세 낭비와 치적 사업으로 지적돼온 57m짜리 초대형 관우 청동 조각상이 여론의 뭇매를 맞아 결국 이전된다.
18일 신화망(新華網) 등에 따르면 최근 후베이(湖北)성 징저우(荊州)시는 관계 부처가 관우 청동 조각상을 조사한 뒤 시정을 통보하자 논의 끝에 이를 이전하기로 했다. 중국 당국은 이전에 전시성 사업으로 지방 정부의 부채가 급증하는 데다 무분별한 초대형 관광 건축물 건립이 지역 특색을 없애고 있다는 판단 아래 지난달 관우 청동 조각상에 대한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은 관우 조각상의 높이가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고성의 풍모와 역사적인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징저우시는 중국 삼국시대 격렬한 싸움이 벌어진 삼국지의 주요 무대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징저우시는 삼국지 영웅인 관우를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세운 세계 최대 규모의 청동 조각상인 관우상을 세워 큰 주목을 받았다.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쥐고 있는 모습을 조각했는데 워낙 크다 보니 징저우시의 모든 풍경을 압도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징저우시는 건축, 조각, 도시 계획, 문물 보호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관우 청동 조각상의 이전 방안을 문의했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조각상을 어떤 방법으로 옮길지와 과연 어디에 갖다 놓을지는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징저우시는 “국토 공간 및 도시 역사, 자연환경, 관광 발전 등을 고려해 과학적으로 운반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수립하겠다”고만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조각상 건축 관리 규정을 숙지하고 감독을 강화해 유사한 사례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관우 청동 조각상 등 문제가 되는 대형 전시물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면서 문화적 랜드마크가 남발돼 지역 특색을 없애서는 안 되며 해당 지역 지도자의 치적을 남기기 위한 공사는 근절돼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