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히 가계부채 연착륙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은 그해 12월 “능력 안에서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다는 가계부채 관리 원칙을 실행하기 위해 은행의 대출심사를 담보 위주에서 ‘갚을 수 있는 능력’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DSR을 은행의 사후관리 지표로 도입하겠다고 했다. 가계부채의 위험성은 부채의 총량 그 자체보다 차주가 갚을 능력이 있는지에 달렸다는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신용과 금융이 작동하는 사회에서 관건은 대출을 무조건 억누르는 게 아니라 가계부채의 질을 어떻게 개선할지의 문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다.
이 원칙은 이후 DSR이 본격적인 대출심사지표로 도입될 때도 흔들림 없이 지켜졌다. 2017년 9월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은 “DSR은 금융사가 차주의 상환능력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획일적 한도 규제가 아니라 금융사의 자율성이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처음 DSR을 도입할 때 차주별 ‘선 긋기’가 아닌 은행별 평균 지표로 적용한 것도 이런 원칙에서다.
DSR의 등판 배경을 되짚어본 것은 최근의 신용대출 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 연 소득 8,000만원 이상인 사람이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으면 은행에서 DSR 40% 이상 돈을 빌릴 수 없도록 했다. 고소득자는 갚을 능력이 있어도 대출을 더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부동산 잡기’의 대명제 앞에서 상환능력에 따라 돈을 빌려준다는 금융 원칙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상식이 사라진 금융 규제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열심히 일하면 내 신용으로 자산을 꾸릴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는 일이다. 겹겹이 대출 규제에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절망하는 목소리에는 메아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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