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의 일부 감축을 명령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해외주둔 미군 감축을 이행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나오자 여당인 공화당에서조차 섣부른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부담을 주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WP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밀러 미 국방장관 대행은 이날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병력을 재배치하라는 대통령의 명령을 이행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 퇴임 전인 내년 1월15일까지 아프간에서 2,000명, 이라크에서 500명을 감축할 예정이다. 이번 감축에 대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을 이행하는 것일 뿐 정치적 판단은 작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기약 없는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지키는 것”이라며 “내년 5월까지 병력이 모두 안전하게 귀국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해외주둔 미군 감축을 주장했고 올해 2월에는 탈레반이 알카에다에 대한 안전한 근거지 제공 거부 등 대테러 약속을 유지하면 내년 5월까지 아프간에서의 완전한 미군 철수를 약속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2월 합의에도 불구하고 탈레반은 미군 주도의 연합군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감축을 결정하자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향후 몇 달간 이라크와 아프간 철군을 포함한 미 국방 및 외교정책에서 주요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감축 결정은 “동맹을 다치게 하고 우리를 해치려는 이들을 기쁘게 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하원 군사위 공화당 간사인 맥 손베리도 성명을 내고 “탈레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이 같은 감축을 정당화할 조건이 충족된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탐사보도 매체 ‘마더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축 결정이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해외주둔 미군 관리에 신경을 더 쓰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