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해외증시

이달 두자릿수 뛴 러·브 증시…추가상승은 '글쎄'

달러 약세에다 원자재 가격 오르자

이달 러시아 18%·브라질 14% 껑충

재정 여력·코로나19 대응 취약해

이머징 머니 무브 수혜 미약할듯

"中·韓·베트남 등이 더 유망" 분석도




글로벌 머니무브가 신흥국 증시를 향하면서 브라질·러시아·인도 증시가 이달 들어 10% 이상 깜짝 반등했다.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의 ‘앓는 이’였던 관련 주식형 펀드도 한 달간 5%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들 신흥국 증시는 한국·미국·중국 등의 증시가 V자 반등에 성공하며 연초보다 높은 지수대로 올라선 데 비해 그동안 회복세가 크게 뒤처졌다. 그러나 최근 약달러와 백신 개발에 따른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에 구석구석 온기가 뻗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흥국도 신흥국 나름”이라며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브라질·러시아는 반짝 상승에 그칠 수 있다며 추격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RTS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18% 뛰었으며 같은 기간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도 14.15%, 인도 선섹스지수는 10.9%가 올랐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대만 등의 신흥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증시를 강타한 지난 3월 이후 V자 반등세를 나타내왔으나 러시아·브라질·인도 등은 반등장에서도 소외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대선 불확실성이 제거된 후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특히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브라질 헤알화, 러시아 루블화 등이 강세를 띠면서 이들 국가의 주식도 급반등했다.


이에 해당국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들도 수익률이 올라오고 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설정 국가별 해외펀드 수익률을 살펴보면 지난 1개월간 러시아 주식형 펀드는 6.43% 상승했다. 브라질 5.04%, 인도도 5.9% 올랐다. 서영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업종 비중이 큰 러시아 증시는 이달 초만 해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34달러 부근이었던 국제유가가 최근 40달러를 넘어서면서 동반 상승했다”며 “인도도 코로나 확진자가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증시 반등세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의 경우 헤알화가 이달 초 달러당 5.76헤알에서 최근 5.3헤알 부근까지 강세를 띠면서 증시에도 훈풍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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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이머징국가들은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 증시를 먼저 밀어 올리고 중국·한국·대만 등을 차례로 최근 신고가 부근까지 끌어 올린 이후 늦깎이로 회복 대열에 동참한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연초 대비로 보면 수익률은 부진하다. 연초 이후 코스피지수는 15.8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9.75% 올랐고 베트남 VN과 인도 선섹스지수는 각각 0.82%, 6.54% 선까지는 회복했다. 반면 러시아(-18.75%)와 브라질(-7.26%)은 대표지수가 연초보다 크게 하락했다. 국내 설정된 펀드 기준으로 보면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은 32.8%나 떨어져 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으로의 머니무브가 일어나면서 신흥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원자재 비중이 높고 재정 여력이 약한 신흥국은 수혜의 정도가 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투입이 내년에도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또 재정이 투입되는 분야가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 아니라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보조금 지급의 성격이 강한 점도 장기 성장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대신 신흥국 중에서도 신산업 비중이 높고 코로나19 대응을 잘하는 중국·한국·대만·베트남과 같은 국가가 상대적으로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신흥국 내에서도 차별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민 KB증권 신흥국주식팀장은 “최근 러시아·브라질의 증시 반등은 워낙 그동안 뒤처져 있기에 일어난 기술적 반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내년 경기 회복세까지 이미 증시에 반영돼 현 수준에서는 가격 부담이 크다”면서 “신흥국에 투자하려면 신산업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XSOE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팀장도 “브릭스 국가가 전방위로 올랐던 2017년 신흥국 강세장과 지금은 성격이 다르다”며 “환율에 기대 반짝 상승한 남미나 러시아 등은 추가 상승여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흥국 주식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에게 아시아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ETF인 AIA를 추천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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