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입법에 여야와 경영계, 노동계 모두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여야와 경영계, 노동계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 사업장 내 주요시설 점거금지 등 개정안 핵심 내용 대부분에서 엇갈리는 의견을 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이달 말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돌입하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준비를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 노사와 학계에 정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각각 대표해 나온 임원 및 간부 등은 모두 개정안이 담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 안 그대로의 처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노사는 특히 사업장 점검 형태의 쟁의행위 금지에 대해서는 서로 문제가 있다며 수정 보완을 요구했다. 장정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사업장 일부 또는 전부 점거 금지의 경우 일부라고 하고 사실상 전부를 점거하는 불법 행위가 나타날 수 있다”며 “노사 관계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사업장 점거 금지는 대법원 판결 취지와 상반된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단협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면 상당수의 노조 대표자의 임기가 2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교섭을 한반도 할 수 없는 대표자가 생길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교섭권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를 놓고도 다른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장 본부장은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노조 업무만 하기 때문에 급여는 스스로 부담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다”며 “급여 지급 요구 등 폐단의 근절을 위해 현행대로 요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 본부장은 “(지휘를 받으면서) 자주적인 노조 활동을 제대로 할 수는 없다”며 “특히 300인 이하 규모 사업장의 경우 조합비로 노조 비용을 충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전임자 임금 문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이외에도 경영계는 단결권을 강화해야 한다면 대항권 역시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노동계는 해고자 등의 사업장 출입 제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각각 밝혔다. 장 본부장은 “비준을 위해 단결권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힘의 균형 저해를 막기 위해 대항권 개선도 입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대체근로 허용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호규 민주노총 금속노조위원장은 “종사자와 비종사자로 구분해 사업장 출입을 제한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기업별 노조보다 산별 노조를 지향하는 민주노총의 연대정신을 정조준한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노조의 힘이 강해지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정부안이 통과되면 가뜩이나 노조에 대한 대응 여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환노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여러 의견을 토대로 오는 26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법안을 심사한 후 30일 전체회의를 개최해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양대노총은 총력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ILO 핵심협약 가운데 강제 노동 금지에 관한 제 29호,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 87호, 단결권에 관한 제 98호 등 3개 항목에 대한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문을 닫으면서 해당 안은 폐기됐다. 정부는 21대 국회가 문을 연 이후인 올 7월 비준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가 동의를 하면 비준안은 발효된다.